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사흘 만에 붙는다던 787, 3년 늦어진 첫 비행 허가

완성 모듈을 조립하려던 계획이 빗나가 일정만 다섯 번 연기...협력사 공장까지 다시 사들여

리지

보잉 7872

Illustration by Gemini

2011년 8월 26일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 조립공장에서 서류 두 장이 전달됐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유럽항공안전청이 같은 날 보잉 787에 형식증명을 발급하면서 250명 안팎을 태우고 대륙을 건너는 이 중형 여객기는 그날부터 상업 운항 허가를 받았다. 축하할 일이었지만 787은 당초 3년 전인 2008년 말에 첫 승객을 맞기로 돼 있었다.

조립 방식이 그 3년을 지체시켰다. 보잉은 787에서 조립 체계를 새로 마련해 날개는 일본 기업들이 공동 설계해 제작하고 동체는 미국과 이탈리아 협력사가 배선과 덕트까지 설치해 완성품으로 납품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개발비도 협력사들이 분담하고 그렇게 들어온 대형 모듈 7개를 에버렛에서 사흘 만에 조립한다는 것이 당초 계산이었다. 747을 개조한 화물기 네 대가 그 모듈을 운송했다.

계산은 빗나갔다. 모듈은 미완성 상태로 입고됐고 협력사가 끝내지 못한 작업이 에버렛 공장으로 밀려들면서 2007년 9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일정을 다섯 번 연기했다. 결국 2009년 7월 보잉은 787 후방 동체를 제작하던 노스찰스턴 공장을 협력사로부터 다시 사들였다. 공장을 다시 사들이며 현금 5억8,000만달러를 지급하고 선지급금 4억2,200만달러를 탕감했다.

협력사 공장을 다시 사들이는 상황까지 미리 경고한 사내 문서가 있었다. 2001년 보잉 기술 심포지엄 발표문은 "일감을 밖으로 내보내면 그 일감에 붙은 이익도 전부 함께 나간다"고 지적했고 DC-10 생산을 잘게 나눠 맡겼을 때 "하청업체들은 이익을 다 가져갔고 원청은 초과비용을 다 떠안았다"고 적었다. 단독 공급업체가 감당하지 못할 문제에 부닥치면 결국 체계 종합을 맡은 쪽이 그 회사를 사들이게 된다는 문장도 발표문에 있었고 8년 뒤 보잉은 경고대로 공장을 다시 사들였다.

정작 비행기 자체에 건 승부수는 적중했다. 기체 중량의 절반을 탄소섬유 복합재로 채운 787은 767보다 연료를 20% 덜 썼고 연료 효율이 높아지자 거점 공항을 거치는 대신 도시 간을 직접 잇는 직항 노선이 열렸다. 콴타스는 2018년부터 퍼스와 런던 사이 1만4,497km를 787로 무착륙 직항 운항한다. 거점 공항 중심 전략을 택했던 에어버스 A380이 254대를 끝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이 787은 지난달까지 1,299대가 인도되었다.

장부상 부담은 고스란히 남았다. 보잉은 787 개발에 320억달러를 투입했고 초기 판매가에서 나중에 털어내기로 미뤄둔 생산원가가 2016년 33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1,300대에서 2,000대는 팔아야 한다는 추산이 나온 까닭이다. 노스찰스턴 공장에서는 동체 접합부 결함으로 2020년 말부터 20개월간 인도가 중단되기도 했다. 787은 세계 항공 노선도를 다시 그렸다. 하지만 보잉은 그 비행기를 어디서 어떻게 조립할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