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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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만 울리는 자명종, 시계라는 말의 뿌리는 종이다

맞출 수 있는 자명종의 특허는 1847년에야 나와...지금 1초는 세슘 원자가 91억 번 진동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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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Gemini

미국 최초의 자명종으로 꼽히는 리바이 허친스의 시계는 새벽 4시에만 울렸고 다른 시각으로 맞출 수는 없었다. 그는 늘 그 시각에 일어나던 사람이었으니 하루에 필요한 종소리는 그것 하나로 충분했다. 원하는 시각에 맞추는 기계식 자명종 특허가 나온 것은 그보다 한참 뒤인 1847년이다.

사람을 소리로 깨우는 장치 자체는 2000년 넘게 앞서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는 물시계로 만든 자명종이 있었는데 그릇을 차례로 채우다 사이펀으로 물이 한꺼번에 빠지는 순간 호루라기가 울리는 장치였다. 물시계는 해가 진 뒤에도 시각을 잴 수 있는 고대에서 가장 정밀한 도구였지만 물을 계속 부어주는 사람이 곁에 붙어 있어야 했다.

시계를 뜻하는 영어 clock의 뿌리는 종이다. 중세 네덜란드어 klocke와 중세 라틴어 clocca를 거슬러 올라가면 켈트어에 닿는데 프랑스어·라틴어·독일어에서 종을 가리키는 낱말들이 모두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 중세 수도원은 하루의 시각을 종으로 알렸고 바다에서도 시각은 배의 종으로 쳤으니 시각이란 귀로 듣는 것이었다. 시계라는 물건의 이름이 소리에서 나온 것은 그래서다.

태엽을 감아 쓰는 회중시계. 사진 Isabelle Grosjean, CC BY-SA 3.0 (위키피디아)

사람을 불러내는 일에는 그렇게 능숙했건만 정작 그 시간이 무엇인지는 오래도록 정리되지 않았다. 5세기에 아우구스티누스가 남긴 문장이 그 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인가. 아무도 내게 묻지 않으면 나는 안다. 묻는 이에게 설명하려 하면 나는 모른다."

물리학은 결국 정의를 포기하고 시간을 "시계가 가리키는 것"이라 적어둔 채 넘어갔고 그 뒤로 남은 일은 세는 것뿐이었다. 1967년부터 1초는 세슘 원자에서 전자가 두 상태를 오갈 때 나오는 복사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하는 시간으로 정해졌는데 이렇게 만든 원자시계는 수백만 년에 1초쯤 틀린다. 그런데 지구가 도는 속도는 고르지 않아서 협정세계시를 해가 만드는 시각과 0.9초 안쪽에 맞추려고 이따금 1초를 통째로 끼워 넣어야 한다. 가장 정확한 시계를 만들어 놓고 그 시계를 지구에 맞춰 손대고 있는 것이다.

시계가 그만큼 정밀해지는 동안에도 시계가 사람에게 실제로 시키는 일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교통수단이 아무리 달라져도 편도 통근시간은 20~30분 언저리에서 오래 움직이지 않았다는 관찰이 여러 도시에서 나왔는데 수도권은 그 자리에 없다. 경기도민은 하루 평균 138분, 인천 시민은 150분을 서울로 오가는 데 쓰고 있다. 수도권 광역버스 노선은 2024년 345개에서 2025년 375개로 늘었고 노선망은 영종도와 평택, 연천과 가평까지 뻗어 나갔다.

새벽 4시에만 울리는 시계 하나로 하루를 살아가던 사람이 있었다. 1초를 91억 번으로 쪼개 놓은 지금도 수도권에서 하루를 여는 데 정말 필요한 시각은 대개 하나이고 그것은 몇 시에 집을 나서느냐다. 종이 하던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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