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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라는 말에는 소가 들어 있다, 달걀과 남의 팔도
제너가 우두에 붙인 라틴어 '소의 천연두'에서 온 이름...독감 백신은 지금도 달걀 속에서 자라

1804년 스페인의 한 원정대가 백신을 배에 싣고 대양을 건넜다. 유리병에 담아서가 아니었다. 우두 고름은 몸 밖에 나오면 12일이면 사멸했다. 그래서 앞사람 팔에 잡힌 물집을 다음 사람 팔에 옮겨 심으며 갔다. 멕시코와 필리핀까지 그렇게 건너갔다. 배에 실린 냉장고는 사람의 팔이었다.
그 배가 옮긴 것은 사람의 병이 아니었다. 소의 병이었다. 1796년 영국의 시골 의사 제너는 우두에 걸린 여성의 손에서 고름을 긁어냈다. 소젖을 짜다 옮은 병이었다. 그것을 8세 소년의 팔에 내고 6주 뒤 그 아이에게 진짜 천연두를 넣어봤다. 아이는 앓지 않았다. 2년 뒤 제너는 이 우두를 라틴어로 "소의 천연두"(Variolae vaccinae)라 적어 보고서 제목에 올렸다. 1881년 파스퇴르가 제너를 기려 그 말을 새로 나오는 접종 전부에 붙이자고 했다. 백신이라는 말에 소가 들어 있는 이유다.

소 다음으로 몸을 빌려준 것은 닭이다. 1931년 부화 직전의 달걀 안에서 조류 두창 바이러스가 자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곧 다른 바이러스도 달걀로 들어갔다. 1935년 황열, 1945년 인플루엔자 백신이 달걀에서 나왔다. 1959년 세포배양이 표준 자리를 넘겨받았는데도 독감 백신은 아직 달걀에서 배양된다. 성분표에 달걀 단백질이 적혀 있는 것은 그래서다.
병에는 항원만 들어 있지도 않다. 면역이 더 강하게 일어나도록 면역증강제를 함께 넣는다. 파상풍 톡소이드는 명반에 흡착시켜 놓는다. 그냥 물에 푼 것보다 반응이 크기 때문이다. 1990년 걸프전을 앞두고는 탄저 백신에 백일해 백신을 통째로 증강제로 썼다. 노출이 임박했을 수 있으니 며칠이 아쉬웠던 것이다. 증강제가 특히 필요한 쪽은 정해져 있다. 나이가 들면 같은 주사에 몸이 덜 반응한다. 이것을 면역노화(immunosenescence)라 부른다.
한국은 그 대목에 걸려 있다.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은 81.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 9편을 모아 재분석한 고령층의 감염 예방 효과는 8.3%였다. 질병관리청은 75세 이상부터 백신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항원을 늘리거나 면역증강제를 넣은 백신이다. 소매를 더 걷게 해서 움직일 숫자가 아닌 것이다. 220년 전 원정대가 팔에서 팔로 옮겨 심은 그 백신이 이번에는 그 팔 안에서 더 강하게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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