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치매 유병률 낮아지고 그 앞 단계만 늘어난 한국의 7년
65세 이상 유병률 9.50%에서 9.25%로 내려... 앞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28.42%로 6%포인트 넘게 늘어

65세를 넘긴 한국인 100명 가운데 9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같은 100명 가운데 28명은 치매는 아니지만 인지 기능이 또래의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진 상태, 곧 경도인지장애로 분류된다. 환자보다 그 앞 단계에 있는 사람이 3배 많다면 이 병은 지금 늘고 있는 것인가 줄고 있는 것인가.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의 수치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인지선별검사를 실시한 뒤 위험군을 다시 진단검사로 가려내는 방식으로 2023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 조사다.
치매는 오랫동안 노화의 다른 이름이었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따로 질환으로 구분하지도 않았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뇌의 질환으로 규명됐고 그때부터 치매는 인구 추계와 맞물린 숫자가 됐다. 고령화 비용을 논할 때 치매가 늘 맨 앞에 놓인 이유는 노인 인구에 유병률을 곱하기만 하면 환자 수가 나온다는 계산법이 지난 반세기 동안 한 번도 진지하게 의심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 병상 계획도 간병 인력 수요 추정도 모두 여기서 나왔다.
이 계산법에 처음 균열을 낸 곳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프레이밍햄이다. 1948년부터 주민 건강을 대를 이어 추적해 온 심장연구가 자리 잡은 곳으로 치매 발병은 1975년부터 따로 추적해 왔다. 연구진은 60세 이상 주민 5,205명이 남긴 기록을 197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네 시기로 나눈 뒤 시기마다 연령과 성별 구성을 보정해 발병률을 비교했다. 첫 시기에 5년 내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100명당 3.6명이었다. 마지막 시기에는 2.0명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시기에는 첫 시기보다 22% 낮았고 세 번째 시기에는 38% 낮았다. 발병률 감소는 세 세대에 걸쳐 서서히 누적된 결과다. 첫 시기와 비교하면 발병 위험이 44% 낮아졌으며 이러한 감소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에게서만 나타났다.
발병률이 낮아진 원인은 약이 아니다. 최근 지면에는 뇌에 쌓인 원인 물질을 제거한다는 신약 소식이 자주 오르내리지만 발병률이 떨어진 지난 30여 년 동안 치료제라 부를 만한 약은 없었다. 연구진이 살펴본 것은 혈관이었다. 비만과 당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혈관 위험 요인이 줄었고 뇌졸중이나 심방세동, 심부전을 앓은 환자가 치매로 진행될 위험도 함께 낮아졌다. 그런데도 그 변화만으로는 발병률 감소폭이 온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결론에 "이 감소에 기여한 요인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적어 두었다.
한 도시의 사례로 끝날 뻔한 발견을 여러 나라의 연구 결과가 뒷받침했다. 2024년에는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두 번 이상 측정한 인구 기반 추적조사 27편을 한데 모아 비교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이 가운데 13편은 유병률 변화를, 10편은 발병률 변화를, 4편은 두 지표 모두의 변화를 보고했다. 발병률의 시계열 변화를 측정한 연구는 유럽 5편, 미국 5편이었고 10편 모두 감소세를 보고했다. 위험 요인의 기여도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저학력과 흡연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 반면 비만과 고혈압, 당뇨가 미치는 영향은 늘어났다. 이 분석은 의무교육을 확대하고 흡연율을 낮춘 국가 정책이 발병률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정작 치매 부담이 가장 무거운 저소득·중소득 국가의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어떤가. 2016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9.50%였다. 2023년 조사에서는 9.25%로 0.25%포인트 내려갔다. 같은 기간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2.25%에서 28.42%로 6.17%포인트 올랐다. 0.25%포인트 하락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유병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증하는 지표여서 65세 이상 인구가 그 7년 동안 더 고령화한 상황에서 비율을 유지하기만 했어도 연령별 위험도는 낮아진 셈이 된다. 조사에서 연령을 보정한 수치를 따로 내놓지 않아 그 크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세의 방향은 읽을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늘어난 데는 검사를 더 정밀하게 시행해 이전에는 지나쳤을 사람까지 선별해 낸 영향도 섞여 있을 텐데 그 비중이 얼마인지는 조사에 나와 있지 않다. 그래도 두 지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는 남는다. 늘어난 쪽은 치매 전 단계의 인원이며 그만큼 대기실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반대편의 가장 강력한 논리는 이렇다. 비율이 무슨 소용인가, 환자 수는 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다. 올해 치매 환자는 97만 명으로 추정되고 내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선다. 2044년이면 200만 명이다. 유병률이 다소 떨어져도 고령 인구가 그보다 빨리 늘면 돌봄의 총부담은 커진다. 27편을 모은 그 분석에서도 일본의 한 조사는 유병률과 발병률이 함께 올랐다고 보고했고 나이지리아의 한 조사는 발병률에 변동이 없었다고 보고했으니 서구에서 관찰된 감소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맞는 말이다. 다만 돌봄 총량이 커진다는 사실과 그 비용이 어디서 발생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치매 환자 1명에게 1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그가 어디서 지내느냐에 따라 갈린다. 집에서 지내면 1,734만원이지만 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하면 3,138만원이다. 같은 환자라도 그 문턱을 넘는 순간 비용이 1.8배가 된다. 치매 환자가 200만 명에 이르는 해가 2044년이든 그보다 몇 해 뒤든 국가가 실제로 감당할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들이 각자 언제 그 문을 넘어서느냐다. 발병 시점을 몇 해만 늦춰도 그만큼의 국가 예산 지출을 뒤로 미룰 수 있다. 그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은 프레이밍햄의 네 시기 연구가 이미 보여줬다.
그런데 한국의 돌봄 제도는 문 안쪽만 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식사와 목욕, 거동을 혼자 할 수 있는지를 항목별로 평가해 점수를 산정한 뒤 그 점수로 등급을 가른다. 전적으로 남의 도움이 필요한 1등급은 95점 이상이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수 구간이 좁아진다. 5등급의 구간은 45점 이상 51점 미만이다. 인지지원등급은 그 아래인 45점 미만이다. 이 두 등급에는 다른 등급에 없는 단서가 하나 더 붙어 있다. 시행령이 이들을 "치매환자"로 한정해 두었다. 진단서가 있어야 문이 열린다는 뜻으로 대기실에 앉은 298만 명은 제도의 눈에 아직 환자가 아니다. 이들을 돌보는 시간은 공식 예산에 잡히지 않은 채 온전히 가족의 몫으로 치러진다.
이 글이 맞는지는 다음 역학조사가 판정한다. 유병률이 9.25%에서 더 내려가고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이 28.42%에서 더 오르면 병은 계속 앞 단계로 지연되는 중이다. 여기에 시설이나 병원에서 지내는 환자의 비중까지 함께 줄어든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람들을 대기실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 된다. 유병률만 내려가고 시설 비중이 그대로라면 발병을 늦추기는 했으나 비용은 한 푼도 줄이지 못한 것이다. 셋 가운데 마지막 지표가 가장 늦게 움직이므로 앞의 둘만 보고 성급하게 판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
고령화의 비용을 말할 때 우리는 늘 환자 수를 먼저 셌다. 그런데 이 병에 들어갈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100만이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65세 이상 100명 가운데 28명이 앞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나쁜 소식으로만 읽을 이유도 없다. 기다리는 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줄을 더 길게 늘이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교육 기회를 넓히고 담배를 끊게 하며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는 일이다.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들이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