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중국 로봇 밀도가 22위로 내려앉고 드러난 1억 명

국제로봇연맹이 중국 로봇 밀도를 1만 명당 470대에서 166대로 재산정...로봇 감소 대신 분모 취업자가 세 배 늘어난 영향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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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Gemini

공장의 자동화 수준을 측정하는 국제 기준은 나눗셈 한 줄이다. 그 나라 공장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대수를 제조업 취업자 수로 나누고 노동자 1만 명당 몇 대인지를 산출한다. 분모 자리에는 결국 공장 탈의실 사물함 개수가 들어간다. 국제로봇연맹이 지난 4월 발표한 새 집계에서 중국은 1만 명당 166대로 세계 22위였다. 한 해 전 같은 기관이 산출한 중국의 순위는 한국과 싱가포르 다음인 세계 3위, 1만 명당 470대였다.

이번 재산정은 순위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의 가파른 상승세를 함께 꺾어놓았다. 중국은 2019년에야 상위 10위권에 처음 진입했고 2022년 402대에서 2023년 470대로 올라서며 4년 만에 로봇 밀도를 두 배로 끌어올렸다. 세계 공장이 사람에서 기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은 대개 이 상승 곡선을 근거로 삼았으나 그 지표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 공장에서 로봇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중국 공장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2024년 202만 7,000대로 역대 최대였고 그해 전 세계에 설치된 로봇의 54%인 29만 5,000대가 중국 공장으로 향했다. 분자는 오히려 커졌으니 나눗셈 공식을 뒤흔든 쪽은 분모인 사물함이었다.

국제로봇연맹은 중국 수치를 "중국 국가통계국이 새로 발표한 노동시장 자료에 근거해" 재집계했다고 밝혔다. 그 자료는 중국이 5년 주기로 시행하는 전국 경제총조사의 다섯 번째 결과물로 2024년 말 공개됐다. 2023년 말 기준 중국 제조업 법인의 종업원은 1억 481만 5,000명으로 2·3차 산업 법인 종업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24.4%를 차지했다. 로봇 밀도 470대를 산출했던 분모를 당시 로봇 보유량에서 역산하면 4,000만 명을 밑돌았다.

한 나라의 사물함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나자 전 세계 기준치도 함께 내려갔다. 2023년 1만 명당 162대였던 세계 평균 로봇 밀도는 2024년 132대로 떨어졌고 그사이 세계 공장의 로봇은 한 대도 줄지 않았다. 국제로봇연맹은 이 지표가 각국이 사용하는 로봇 총수를 "노동력으로 잰 경제 규모"에 견주어 공통된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그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기준이 나라마다 고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세계 2위 싱가포르의 818대를 두고도 국제로봇연맹은 제조업 취업자가 워낙 적어 로봇 보유량이 많지 않아도 높은 밀도가 나온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세계 22위라면 제조업 자동화의 위협도 과장된 이야기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로봇 밀도는 자동화의 진척도를 보여줄 뿐 전체 규모를 가늠하지는 못한다. 중국의 로봇 보유량 202만 대는 2위 일본의 4.5배에 달하고 2024년 중국 공장에 도입된 로봇의 57%는 중국 기업이 제작한 것으로 전년의 47%에서 10%포인트 상승했다. 밀도가 낮다는 사실은 앞으로 로봇으로 채워 넣을 사물함이 그만큼 많이 남아 있음을 뜻한다.

사물함을 비워내는 공장 입장에서도 자동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생겼다. 세계 공장을 채워 온 내륙 농촌에서 동부 연안으로의 인구 대이동이 지난해 방향을 틀었다. 다른 성으로 건너가 일하는 농민공은 6,765만 명으로 1년 새 75만 명(1.1%) 줄어든 반면 같은 성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1억 1,241만 명으로 210만 명 늘어나 성간 이동 비중은 37.6%까지 떨어졌다. 공장이 몰려 있는 동부 지역에서 일하는 농민공은 1억 5,384만 명으로 21만 명(0.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농민공 전체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어서 2025년 농민공은 전년보다 142만 명(0.5%) 늘어난 3억 115만 명을 기록했다. 다만 노동 인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민공의 평균 연령은 43.3세로 1년 새 0.1세 상승했고 50세를 넘긴 고령층 비중은 2021년 27.3%에서 지난해 32.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21~30세 비중은 19.6%에서 15.8%로 떨어졌다. 월평균 소득이 5,075위안으로 2.3% 오르는 데 머문 점을 함께 놓고 보면 중국 공장이 로봇을 도입하는 동력은 임금 상승에서 고령화로 옮겨 간 셈이다.

자동화가 아직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같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농민공 비중은 2024년 27.9%에서 지난해 28.2%로 0.3%포인트 상승해 실제 인원은 8,492만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 비중이 14.3%에서 13.8%로 하락한 것을 보면 공사장을 떠난 인력이 공장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용 로봇 202만 대가 가동되는 나라에서 공장 노동자 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사 기준이 서로 달라 제조업 법인 종업원 1억 481만 5,000명과 농민공 8,492만 명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통계의 규모는 중국 공장 사물함에 누구의 작업복이 걸려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그 작업복의 주인들은 매년 나이가 들고 있으며 고향에서 더 가까운 공장을 선택하고 있다. 고향에 남아 일하는 농민공의 평균 연령은 46.8세로 타지로 떠난 노동자들의 평균(39.3세)보다 일곱 살 이상 많다.

한국은 같은 나눗셈 공식의 맨 꼭대기에 서 있다. 노동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이며 3위 독일(449대)과의 격차는 세 배에 가깝다. 국제로봇연맹은 한국의 로봇 밀도가 2019년 이후 매년 평균 7%씩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이 압도적 1위는 로봇 도입 증가뿐 아니라 분모 감소의 영향도 컸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2015년 460만 4,000명에서 지난해 438만 2,000명으로 감소한 탓이다. 지난 10년간 22만 명분의 공장 사물함이 비었고 그 빈자리를 로봇이 채우면서 세계 1위라는 기록이 나왔다.

한국 로봇·부품 기업들에 중국의 분모 1억 481만 5,000명은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이다. 문제는 그 자리를 채울 로봇을 이제 중국이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2024년 중국의 섬유·가죽·의류 공장에 도입된 로봇 5,700대는 전량 중국 기업 제품이었고 해당 업종에서 전 세계 신규 설치 로봇의 95%가 중국 공장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한국이 10년 넘게 걸려 비운 사물함을 중국은 20배가 넘는 거대한 탈의실에서 그것도 자체 제작한 로봇으로 비워내려 하고 있다. 그 탈의실이 절반만 비워지더라도 전 세계 공산품 원가 구조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다.

이 글의 진단은 앞으로 발표될 두 숫자로 판가름 난다. 하나는 다음 달 국제로봇연맹이 내놓을 새 보고서의 중국 신규 로봇 설치 대수로 2024년 29만 5,000대에서 더 증가한다면 사물함을 비우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음을 뜻한다. 1만 명당 몇 대까지 올라왔는지는 내년 봄 밀도 집계에서 확인된다. 다른 하나는 내년 4월 국가통계국이 발표할 농민공 총량과 제조업 비중이다. 3억 115만 명이 꺾여 내려오고 28.2%도 함께 하락한다면 로봇 도입과 인력 유출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며 그때 우리가 수입하는 공산품의 원가는 지금과 전혀 다른 수준에서 결정된다.

나눗셈 공식이 틀린 적은 없다. 통계를 세는 손길이 어긋났을 뿐이다. 다시 세어보니 중국의 공장 탈의실에는 사물함이 1억 개 넘게 늘어서 있었고 그 문 안쪽에는 여전히 사람의 작업복이 걸려 있다. 세계 22위라는 순위는 바로 그 작업복을 온전히 헤아려 산출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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