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택배가 끝난 산업이라는 착각

이익 네 배 느는 동안 주가는 반토막...6.5배에 거래

리지

CJ대한통운1

Illustration by Gemini

이익이 네 배 되는 동안 주가는 반으로 접혔다 6.5배는 통념의 평가다

쿠팡이 가져간 것은 물량이지 이익이 아니었다 반격은 이미 숫자로 나온다

택배는 쿠팡이 독식한 산업이라는 게 시장의 통념이다. CJ대한통운 주가는 그 증거처럼 걸려 있다. 2019년 19만 5,000원이던 주가는 지금 7만 4,000원, 62% 아래다. 5년을 들고 있었다면 원금이 반으로 접혔다. 로켓배송이 세상을 바꾸는 사이 낡은 택배사는 저물었다는 이야기가 이 낙폭 위에 얹혀 있다.

CJ대한통운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50,000 100,000 150,000 200,000 2020 2022 2024 2026 158,000 75,300
월봉 종가. 붉은 점이 최근 가격이다.

그 이야기는 틀렸다. 적어도 손익계산서는 다른 말을 한다. 이 회사 순이익은 10년 전 595억원에서 지난해 2,587억원이 됐다. 네 배가 넘는다. 매출 12조 2,847억원은 사상 최대였다. 쿠팡의 잠식은 실제였다. 점유율이 밀리던 몇 해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도 이익이 이렇게 불어났다면, 쿠팡이 가져간 것은 물량이지 이익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저무는 산업의 기업은 이런 성적표를 내지 못한다.

반격도 이미 숫자로 나온다. 지난해 시작한 주 7일 배송 "매일오네"는 1년 만에 점유율을 되찾을 교두보를 마련했다. 쿠팡을 떠나려는 화주에게 전국 배송망을 갖춘 대안은 사실상 이 회사 하나뿐이다.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화주 이탈을 부추겼다. 올해 1분기 매출 3조 2,145억원과 영업이익 921억원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각각 7.4%, 7.9% 늘었다. 증권가는 올해 택배 부문 영업이익이 24% 늘어난다고 본다.

물론 낡은 약점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부채 5조 8,996억원에 따른 이자 부담 탓에 1분기 순이익 379억원은 영업이익이 늘고도 전년보다 줄었다. 광복절 연휴 동안 이 회사의 택배는 멈춘다. 주 7일 배송 그늘에 있는 노동 문제는 언제든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주가는 그 약점을 반영한 수준을 한참 지나쳐 있다. 최근 12개월 순이익의 6.5배, 자본총계 4조 4,396억원의 0.38배. 이익 성장이 멈춘 기업에나 어울릴 배수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회사에 붙어 있다. 통념이 숫자를 누르고 있는 평가다.

통념은 오래가지만 공짜는 아니다. 이 통념을 믿는 쪽은 이익이 네 배가 된 회사를 6.5배에 파는 쪽이고, 의심하는 쪽은 그 주가에 담는 쪽이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점유율 회복이 하반기 마진으로 찍히는 순간 갈린다. 끝난 산업이라는 말은 그때까지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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