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CJ대한통운, 10년 새 순이익 4배 늘었지만 주가는 반토막
이익 네 배 늘어나는 사이 주가는 반토막...6.5배에 거래

이익이 네 배 늘어나는 사이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6.5배는 시장 통념이 만든 평가다
쿠팡이 가져간 것은 물량일 뿐 이익까지 빼앗진 못했다 반격은 이미 숫자로 확인된다
택배 시장은 쿠팡이 장악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장의 통념이다. CJ대한통운 주가는 이 통념의 무게에 억눌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19만 5,000원이던 주가는 현재 7만 4,000원으로 62% 급락했다. 지난 5년간 주식을 쥐고 있던 투자자라면 원금이 반토막 난 셈이다. 이 같은 폭락의 이면에는 로켓배송이 시장을 재편하는 동안 전통 택배사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이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손익계산서가 보여주는 숫자는 다른 진실을 말해준다. 실제로 이 회사 순이익은 10년 전 595억원에서 지난해 2,587억원으로 늘었다. 10년 새 네 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지난해 매출 12조 2,847억원은 사상 최대치다. 물론 그사이 쿠팡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온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시장 점유율을 내주며 밀리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도 순이익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쿠팡이 가져간 것이 저가 물량일 뿐 실속 있는 이익은 아니었음을 명백히 입증한다. 사양길에 접어든 기업이라면 도저히 내놓기 힘든 실적이다.
이러한 반격의 성과는 이미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도입한 주 7일 배송 "매일오네"는 1년 만에 점유율을 되찾을 교두보를 마련했다. 쿠팡을 벗어나려는 화주들에게 전국 단위 배송망을 갖춘 대안은 사실상 이 회사가 유일하다.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화주들의 이탈 움직임을 한층 가속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 3조 2,145억원과 영업이익 92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7.9% 늘었다. 증권가는 올해 택배 부문 영업이익이 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고질적인 약점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부채 5조 8,996억원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1분기 순이익 379억원은 영업이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줄었다. 당장 광복절 연휴 동안에도 이 회사의 택배망은 멈춰 선다. 주 7일 배송의 그늘에 자리한 노동 문제는 언제든 새로운 비용 청구서로 되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이러한 약점을 모두 감안해도 지나치게 억눌려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12개월 순이익의 6.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자본총계 4조 4,396억원의 0.38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회사가 정체된 기업에나 어울릴 법한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낡은 통념이 냉정한 숫자의 진실을 가려버린 결과다.
시장의 통념은 오래 이어질 수 있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이 통념을 믿는 이들은 이익이 네 배로 늘어난 회사의 주식을 6.5배에 팔아치우고 의심하는 이들은 그 주가에 주식을 담는다. 어느 쪽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점유율 회복세가 하반기 마진으로 확인되는 순간 판가름 난다. "끝난 산업"이라는 시장의 편견은 바로 그때까지만 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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