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약효 입증하고도 세 번 좌절...HLB 발목 잡은 "남의 공장

임상 성적표는 더 손댈 곳 없어...남은 변수는 파트너사 공장

리지

HLB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3년 5월 HLB는 미국 식품의약국에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이 약은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함께 쓰는 병용 요법 치료제다. 임상 3상에서 생존기간 중앙값은 23.8개월로 대조군의 6.9개월을 크게 웃돌았고 1차 평가지표도 충족했다. 적어도 약효를 둘러싼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신약 허가는 세 차례나 불발됐다. 회사는 2024년 5월 첫 보완요구서한을 받은 뒤 2025년 3월 두 번째 서한, 지난달 세 번째 서한까지 받았다. 허가가 막힌 이유는 매번 같았다. 세 차례 모두 제조 시설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사업보고서에도 두 번째 허가 불발 사유는 캄렐리주맙 생산공장 재실사 과정에서 불거진 제조·품질 관리 문제로 명시돼 있다.

정작 문제의 생산공장은 HLB 소유가 아니다. 캄렐리주맙 생산은 전적으로 중국 항서제약이 맡고 있다.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자체 실험실과 제조 공정에 그친다. 그 너머의 영역은 파트너사의 설비 관리와 실사 대응에 달려 있다. 지난달 세 번째 허가 불발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는 이틀 만에 반토막 났다. 8월 9일 종가 52,200원이었던 주가는 13일 26,000원대로 내려앉았다.

현재 주가는 43,150원이다. 바닥에서 다소 반등했지만 주가는 2024년 3월 고점 129,000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5년 전 주가가 49,782원이었던 만큼 그때 사서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13% 손실을 본 상태다. 그동안 세 차례 허가 도전과 불발이 겹치며 주가는 5년 전 수준 아래로 밀려났다. 시가총액은 5조 7,475억원이다.

이 시가총액을 뒷받침할 실적은 없다. 이 회사는 22년 가운데 19년 동안 손실을 냈고 최근 7년은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842억원에 머문 반면 순손실은 2,354억원에 달했다. 매출의 세 배 가까운 적자를 내는 구조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 232억원, 당기순손실 409억원을 기록했다.

HLB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세 번째 거절 0 100,000 150,000 2020 2022 2024 2026 47,806 43,15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세 번째 허가 불발이 알려진 구간이다. 5년 전 주가가 지금보다 높다.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년 전보다 40% 넘게 늘었다. 업종 전체 이익은 불어나고 있지만 이 회사는 집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다른 활로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미국 상장사에서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을 도입했고 올 1월 그 약으로 별도의 허가를 신청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분명 하나에서 둘로 늘어났다.

다만 지금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파트너사 공장이다. 세 차례 허가 불발이 모두 그 공장에서 비롯된 까닭이다. 임상 성적표는 이미 나왔고 더 손댈 곳이 없다. 반면 공장 문제는 회사가 서류를 아무리 잘 써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주식이 시장에서 다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해당 설비가 실사를 통과했다는 한 줄이 필요하다. 그 한 줄을 쓰는 주체는 HLB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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