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주가가 반토막 나는 동안 주문은 35% 늘었다

6월 이후 하락은 사업 부진 아닌 기대의 되돌림

리지

LG씨엔에스2

Illustration by Gemini

기업 전산실을 대신 짓고 굴려주는 회사가 있다. 회계와 인사, 생산 시스템을 깔고 클라우드로 옮겨주며, 요즘은 그 위에 인공지능을 얹는다. LG씨엔에스가 하는 일이다. 지난해 매출 6조 1,295억원, 순이익 4,392억원을 냈고 22년 동안 한 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6월 153,300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79,900원이다. 두 달 만에 48% 빠졌다. 지난해 2월 상장한 뒤 3월에 46,500원까지 밀렸다가 1년 남짓 만에 세 배로 뛰었다. 이후 다시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기업용 인공지능이 돈이 된다는 기대가 쏠렸다가,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을 두고 조정을 받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장부에서는 정반대 일이 벌어졌다. 이달 14일 나온 반기보고서를 보면 6월 말 수주잔고가 5조 3,473억원이다. 지난해 말 3조 9,541억원에서 여섯 달 만에 35% 늘었다. 상반기 신규 수주가 2조 7,119억원, 납품해 덜어낸 일감이 1조 3,187억원이다. 새로 들어온 주문이 나간 물량의 두 배를 넘었다.

LG씨엔에스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두 달 만에 반토막 40,000 60,000 100,000 120,000 2025.02 2025.08 2026.02 2026.08 48,350 73,90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에 주가가 반토막 났고, 같은 기간 수주잔고는 35% 늘었다.

이 숫자에는 중요한 단서가 하나 붙어 있다. 회사는 이 표에서 계열회사 관련 사업을 제외했다고 적었다. 5조 3,473억원은 계열사 밖에서 받아온 일감이라는 뜻이다. 시스템 통합 회사에 늘 따라붙는 의심, "결국 그룹 물량 아니냐"는 물음에 답이 되는 대목이다.

물론 계열 의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매출처를 보면 LG화학이 16.0%, LG유플러스가 5.3%로 여전히 큰 몫을 차지한다. 다만 잔고가 늘어난 부분은 그 바깥에서 왔다.

지난달 임금근로자가 1만 1,000명 줄었다. 사라진 일자리의 절반이 정보기술과 전문직이었다. 사람을 덜 쓰는 흐름 속에서 그 전환을 대신 맡아주는 것이 이 회사의 사업이다. 현재 기업가치를 보면 시가총액 7조 7,412억원은 최근 1년 순이익의 17.6배다. 지난해 순이익 4,392억원은 2021년 2,349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그사이 매출도 4조 1,431억원에서 6조 1,295억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9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 많다.

그러니 6월 이후의 하락은 기대가 되돌아온 것이다. 사업이 부진해서가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얼마를 벌지는 아직 실적표에 없다. 고객사의 예산과 검증 절차를 거치려면 시간이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 회사는 여섯 달에 2조 7,000억원어치 일을 새로 받아왔다. 주가는 기대를 지웠지만 주문 장부는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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