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LG씨엔에스, 주가 48% 하락에도 계열사 밖 수주잔액 35% 늘어
6월 이후 주가 하락...사업 부진 아닌 기대감 조정

기업 전산 시스템을 도맡아 구축하고 운영을 대행하는 기업이 있다. 회계와 인사, 생산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하는 일이다. LG씨엔에스가 바로 이런 사업을 펼치는 대표 주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조 1,295억원, 순이익 4,392억원을 올렸고, 22년 동안 한 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올해 6월 이 회사 주가는 153,30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지금 주가는 79,900원에 머물고 있다. 불과 2개월 만에 48% 하락했다. 지난해 2월 상장한 뒤 3월에 46,500원까지 떨어졌다가, 1년 남짓 만에 3배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기업용 인공지능이 돈이 된다는 기대가 쏠렸다가, 실제 매출 발생 시점을 두고 시장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주 곳간에서는 정반대 일이 벌어졌다. 이달 14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6월 말 수주 잔액이 5조 3,473억원이다. 지난해 말 3조 9,541억원에서 6개월 만에 35% 늘어났다. 상반기 신규 수주가 2조 7,119억원, 납품으로 소진한 일감이 1조 3,187억원이다. 새로 들어온 주문이 나간 물량의 2배를 웃돌았다.
이 수치에는 눈여겨볼 단서가 하나 붙어 있다. 회사는 이번 집계에서 계열사 관련 사업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즉 5조 3,473억원 전체가 온전히 계열사 밖에서 수주한 일감이라는 뜻이다. 시스템 통합 회사에 늘 따라붙는 의심인 "결국 그룹 물량 아니냐"는 물음에 답이 되는 대목이다.
물론 계열사 의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매출 구성을 보면 LG화학이 16.0%, LG유플러스가 5.3%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수주 잔액이 늘어난 부분은 그룹 바깥에서 채워졌다.
지난달 임금근로자가 1만 1,000명 감소했다. 사라진 일자리의 절반이 정보기술과 전문직 분야였다. 이 회사는 사람을 덜 쓰려는 흐름 속에서 기업들의 시스템 전환을 도맡는 사업을 펼친다. 현재 기업가치를 보면 시가총액 7조 7,412억원은 최근 1년 순이익의 17.6배 수준이다. 지난해 순이익 4,392억원 역시 2021년 2,349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매출도 4조 1,431억원에서 6조 1,295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9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결국 6월 이후 주가 하락은 앞서간 기대가 조정을 거친 탓이다. 사업이 부진해서가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얼마를 벌지는 아직 실적에 나오지 않았다. 고객사의 예산과 검증 절차를 거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 회사는 6개월 동안 2조 7,000억원어치 일을 새로 수주했다. 주가는 기대를 덜어냈지만, 수주 곳간은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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