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미국에 1조 5,000억을 넣고 두 척을 얻었다

미국에 1조 5,000억원 선투자...돌아온 것은 두 척

리지

한화오션1

Illustration by Gemin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국가안보각서에 서명했다.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업체가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본국에서 건조할 수 있는 배는 최대 두 척이고, 그 뒤부터는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지어야 한다. 한국 조선업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 기회를 가장 먼저 겨냥한 회사가 한화오션이다. 2024년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지분을 사들이며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다. 두 달 뒤에는 국내 조선소 가운데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지금은 호주 방산업체의 미국 사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까지 들어간 돈은 사업보고서에 고스란히 나온다. 미국 지주회사 유상증자 결정이 2024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여섯 차례, 합계 9억 7,220만달러다. 반기보고서 환율로 환산하면 1조 4,986억원이다. 지난 한 해 번 순이익 1조 2,459억원보다 많다.

한화오션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0 50,000 150,000 2020 2022 2024 2026 30,783 90,900
월봉 종가. 붉은 점이 최근 가격이다.

본업은 그사이 제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12조 7,835억원에 순이익 1조 2,459억원을 냈고,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4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71% 늘었다. 6월 말 수주잔고는 33조 8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2.6년치다. 당장 일감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 주가는 3월 154,800원에서 최근 95,800원으로 38% 내려왔다. 실적이 가장 좋은 구간에 주가가 빠졌다는 뜻이다. 배를 만들어 버는 돈이 문제였다면 이런 흐름이 나오지 않는다.

이 회사의 지난 22년을 돌아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중 열 해가 적자였고, 2021년과 2022년 두 해에만 3조 4,446억원을 잃었다. 같은 도크에서 같은 배를 만들면서도 그랬다. 조선업 주가는 이 국면이 얼마나 더 가느냐가 결정한다. 이익이 정점일수록 시장은 다음을 먼저 본다.

지금 이 주식의 다음은 미국이다. 회사도 그렇게 판단해 1조 5,000억원을 먼저 보냈다. 다만 그 대가로 이번에 확보한 물량은 본국에서 지을 수 있는 두 척뿐이고, 나머지는 미국 조선소에서 미국 인력으로 지어야 한다. 나간 돈이 함정 수주와 정비 매출로 돌아오는 분기를 확인하기 전까지, 이 주가는 각서에 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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