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10년 동안 495억을 팔고 5,024억을 끌어왔다
10년 동안 495억원 팔고 5,024억원 조달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지난 5월 149,000원에서 지금 28,550원으로, 석 달 만에 5분의 1로 주저앉았다. 7월 21일부터 사흘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밀린 탓이다.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 예전 이름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결과가 나온 때다.
발표된 것은 두 임상 중 하나였다. 회사는 2024년 1월 TGC-15302에 510명, 그해 6월 TGC-12301에 다시 510명을 등록했다. 같은 약으로 같은 질환을 다루며 규모가 거의 같은 시험 두 개를 진행했다. 7월에 나온 것은 앞선 시험 결과다. 통증과 관절기능 지표가 개선되긴 했으나 통계적 유의성 기준은 넘지 못했다. 뒤의 시험 결과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지금 시가총액 2조 4,259억원은 사실상 그 한 번의 발표에 걸려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몸값을 떠받쳐온 배경은 손익계산서보다 자금조달 이력에 더 또렷이 적혀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이 회사가 올린 매출은 다 합쳐 495억원이다. 한 해 평균 50억원이 안 된다. 같은 기간 열 해 모두 순손실을 냈다. 반면 2021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상증자 다섯 번과 전환사채 네 번으로 끌어온 돈은 5,024억원이다. 10년 동안 판 것의 열 배를 5년 동안 밖에서 조달했다.
끌어온 돈은 다 그 두 시험에 들어갔다. 6월 말 현금은 4,383만달러, 우리 돈 675억원가량 남았고 차입금과 사채가 3,731만달러 있다. 지난해 순손실 338억원의 속도라면 남은 현금은 두 해를 못 넘긴다. 10월 결과가 어느 쪽이든 이 회사는 다시 돈을 구하러 시장에 나서야 할 처지다.
결국 이 주식을 보는 눈은 신약 성공 확률을 점치는 일보다 발행주식이 몇 장까지 늘어날지 세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전환사채 네 건이 남아 있고, 지난해와 올해에도 증자가 이어졌다. 시가총액으로 계산한 투자 배수는 주식 수가 고정돼 있을 때만 유효하다. 이 회사에서 그 전제는 다섯 해 동안 아홉 번 깨졌다.
10월에 남은 시험이 유의성을 확보하더라도 이야기는 다시 시작일 뿐이다. 그때도 회사가 파는 제품은 여전히 없다. 품목 허가와 생산, 판매라는 다음 관문이 줄줄이 남는다. 지금 시가총액은 그 긴 줄의 첫 칸 하나에 2조 4,000억원을 미리 매겨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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