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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은 489, 밀고자는 25, 번호로 굴러간 비밀결사
청을 뒤엎자고 모인 결사가 서열표를 남겨...지금 붙잡히는 쪽은 계좌 넘긴 말단 80.9%
홍콩에는 밀고자를 숫자로 부르는 은어가 있다. 25다. 이 숫자가 욕이 된 것은 삼합회의 서열표 때문이다. 25는 잠입한 경찰이나 다른 조직이 심어둔 첩자에게 매기던 자리였다. 두목은 489, 행동대장은 426, 갓 들어온 말단은 49다.

번호는 주역의 수리(數理)에서 따왔다고 한다. 삼합회라는 이름 자체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이다. 홍콩의 영국 관리가 조직의 삼각 표식을 보고 트라이어드(triad)라 불렀다는 설도 오래 돌았다. 하지만 홍콩이 식민지가 되기도 전인 1826년에 이미 선교사가 남중국의 비밀결사를 그 말로 기록해 두었다.
시작은 범죄와 거리가 멀었다. 18세기 남중국 결사들이 내건 구호는 "청을 뒤엎고 명을 되살린다"였고 그 뿌리인 천지회는 하늘과 땅에 제를 올리는 종교 결사에 가까웠다. 그 갈래 하나는 바다를 건너 화교 상조회가 됐고 북미에서는 중국인 프리메이슨을 자처했다.
식민정부는 1845년 삼합회를 불법화했다. 그럼에도 19세기 말 홍콩 중국인의 3분의 1이 결사에 속했다는 추정이 전해진다. 조직에 들어가려면 입회 의식을 치러야 했다. 제단에 관우를 모시고 향을 피운다. 닭이나 돼지를 잡아 그 피를 술에 섞어 마신다. 칼을 맞대 만든 아치 밑을 지나며 36가지 맹세를 왼다. 맹세를 적은 종이는 제단에서 태운다. 이 절차를 아직 밟지 않은 사람은 푸른 초롱(청등롱)이라 불렀다. 번호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산당이 결사를 소탕하자 남은 조직은 홍콩과 동남아로 거점을 옮겨 마약 밀매와 갈취로 수입원을 바꿨다. 그러나 홍콩에서 조직원과 수사기관을 만난 연구자들은 저 서열표가 종이 위에만 남았다고 전한다. 위계는 낮아지고 희미해졌다는 얘기다. 번호가 사라진 자리를 한국의 숫자가 보여준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의자 12만8016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범죄를 기획하고 총괄한 상선은 2.6%인 3299명이었다. 현금수거책과 계좌명의인처럼 조직의 말단에 해당하는 이들이 80.9%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은 조직이 저신용자에게 접근해 "상품권을 반복 구매해 실적을 쌓으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밀고자를 25라 부르려면 조직에 먼저 번호가 있어야 한다. 지금 붙잡히는 사람들에게는 그 번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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