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백과사전

객관적 측정과 명확한 증거, 기네스가 세계기록 공인하는 기준

일반 증거 제출 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행사와 무관한 독립 증인 최소 2명의 서면 증언과 전 과정 영상으로 지침 준수를 입증해야 한다

박정우 작가

기네스 세계 기록3분

Illustration by Gemini

기네스는 가장 빠른 바이올린 연주 기록을 더 이상 관리하지 않는다. 연주 시간은 잴 수 있지만 녹음을 느리게 재생해도 모든 음을 정확히 연주했는지 판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네스 세계 기록은 인간의 성취와 자연계의 극단적인 기록을 모아 해마다 펴내는 참고서다. 기네스가 서로 다른 재주 가운데 무엇을 세계기록으로 정하고 그 성과를 어떻게 입증하는지 살펴본다.

맥주 이름을 단 이 책도 처음에는 무엇이 최고인지 확인할 근거가 필요해 탄생했다. 기네스가 공개한 책의 탄생 배경과 편찬 과정에 따르면 양조장 경영자 휴 비버는 1951년 11월 사냥 모임에서 유럽의 가장 빠른 사냥새를 두고 논쟁한 뒤 참고서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 비버는 1954년 술집에서 오가는 논쟁을 해결할 책을 브랜드 판촉에 활용하려고 런던 플리트 스트리트에서 사실 조사 일을 하던 노리스 맥위터와 로스 맥위터 쌍둥이 형제에게 편찬을 의뢰했다. 형제는 천체물리학자와 생리학자, 동물학자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자료를 수집했다. 첫 책은 1955년에 나왔다.

1977년 네덜란드어판 출간 행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모형을 든 공동 편찬자 노리스 맥위터. 사진 한스 페터스, CC BY-SA 3.0, 위키피디아

오늘날 기네스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누구나 같은 규칙에 따라 다시 도전할 수 있으며 명확한 증거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승인 기준의 핵심으로 삼는다.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존 최고기록을 넘어서거나 새 종목에 정한 도전적인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측정 대상은 가장 빠른 속도나 가장 긴 거리처럼 명확한 변수 하나여야 한다. 기네스는 가장 큰 그림이라는 기록은 검증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그린 가장 큰 그림처럼 두 가지 최상급 조건을 결합한 종목은 다루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종목 제안을 승인받은 신청자는 실제 도전에 나서기 전에 반드시 기네스가 발급하는 공식 지침을 받아 확인해야 한다. 종목별 공식 지침에는 참가 자격과 지켜야 할 규칙, 구체적인 측정 방법과 기네스에 제출할 증거 목록이 상세하게 정해져 있다. 규칙을 하나라도 어기면 도전 자체가 실격 처리될 수 있으므로 도전자와 행사를 돕는 사람들은 사전에 이 지침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도전이 끝난 뒤 제출하는 증거 자료 역시 사전에 정해진 형식과 요건에 맞춰 수집되어야 한다. 기네스의 일반 증거 안내서에 따르면 신청자는 원칙적으로 도전자나 행사 주최 측과 무관한 최소 2명의 독립된 증인으로부터 서면 증언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증인은 최종 측정값뿐 아니라 기록의 측정 방식과 측정자, 공식 지침 준수 여부를 각자 상세히 서류에 기록해야 하며 영상 증거 역시 도전의 시작부터 끝까지와 측정 과정을 끊김 없이 담아야 한다.

기네스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기록에서는 도전 자체를 관찰하는 증인과 시간을 재는 계시원의 역할을 구분한다. 증인이 도전 행위 자체를 관찰하는 동안 계시원은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집중한다. 최단 시간을 다투는 종목에서는 계시원 2명이 0.01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초시계로 시간을 재며 두 계시원의 측정값이 다르면 더 긴 시간을 공식 기록으로 삼는다. 다만 1시간 이상으로 정한 시간 안에 특정 행동의 최다 횟수를 겨루는 종목에서는 증인이 계시원을 겸임할 수 있다.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성공 여부를 판정하는 절차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뉜다. 대부분의 도전은 제출된 증거 서류와 영상을 기네스 전담 부서인 기록관리팀이 사후에 검토하여 공인 여부를 결정한다. 일부 도전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판정하는 심판관을 초빙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심판관은 행사 당일 규칙 준수를 관찰하고 실시간으로 측정 결과와 증거를 확인해 그 자리에서 결과를 발표한다. 도전에 성공한 경우 공식 인증서를 전달한다.

공식 기록으로 공인받아도 해마다 나오는 책에는 일부만 실린다. 기네스 FAQ에 따르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현재 기록은 5만 건이 넘지만, 기네스는 지면 제약 때문에 매년 약 4000건만 선별해 책에 싣는다. 책에 들어가지 못한 기록도 후속 판이나 공식 웹사이트에 소개될 수 있다. 도전의 성과를 공인받으려면 종목의 기준을 충족하고 그 성과를 확인할 증거를 갖춰야 하며, 책에 실리려면 편집진의 선택도 받아야 한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