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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95초 시위에 징역 2년 선고한 러시아, 유럽인권재판소 "표현의 자유 침해"
실제 예배 방해나 인명·재산 피해가 없고 폭력 선동도 없었던 행위에 징역형을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연 영상에서 마지막 참가자가 제단 앞 단상을 떠나기까지는 95초였다. 2012년 2월 21일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복면을 쓴 5명이 제단 앞 단상으로 올라가 노래와 춤을 시작했다. 성당 보안 요원들은 참가자의 팔을 잡아 계단 아래로 밀어내는 등 공연을 제지했다. 참가자들은 보안 요원들의 동행 아래 성당을 떠났다. 참가자들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인명 피해나 성당 기물의 손상도 없었다.
하지만 6개월 뒤 모스크바 하모브니키 법정에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러시아 펑크 록 집단 푸시 라이엇의 이 짧은 행동은 곧바로 형사재판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들은 제단 앞에서 벌어진 시위를 신성모독으로 규탄했지만 참가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교회 지도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를 지지하는 행태를 비판한 정치적 항의라고 맞섰다.
사법당국은 2012년 3월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 마리아 알료히나,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를 잇달아 체포해 보석 없이 구속했다. 7월 말 시작된 재판 끝에 법원은 세 사람 모두에게 종교적 증오에 따른 훌리건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푸시 라이엇 재판은 종교 공간에서 벌어진 정치적 항의와 형벌의 한계를 둘러싼 사법적 판단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무기도 들지 않은 채 1분 남짓 이어진 시위가 어떻게 중형을 받는 범죄가 됐을까.
정치적 비판과 종교적 상징의 결합
이들이 성당을 찾아 기도의 형식을 취한 이유는 항의 대상과 직결돼 있었다. 종교학자 토마스 브레머의 연구에 따르면 푸시 라이엇이 부른 노래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는 정교회 기도의 형식과 몸짓을 차용했다.
가사는 성모 마리아에게 권력을 물리쳐 달라고 호소하면서 정교회 최고 지도자인 키릴 총대주교와 푸틴의 밀접한 유착 관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예배 장소의 상징성을 빌려 종교 지도자의 정치적 행위를 비판한 복합적 표현이었다.
무기도 들지 않은 비폭력 시위에 징역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러시아의 법 개정이 있었다. 2007년 개정 전 러시아 형법 제213조의 훌리건죄는 공공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사회를 명백히 경시하는 행위에 무기나 무기로 쓰이는 물건을 사용한 경우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2007년 통과된 반극단주의 법안은 무기 사용과 별개로 정치적·이념적·종교적 증오나 적대감이라는 동기도 훌리건죄 요건으로 추가했다. 공공질서의 중대한 침해와 명백한 사회 경시라는 기본 요건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런 행위를 사전 합의한 집단이나 조직된 집단이 저지르면 최대 징역 7년까지 선고할 수 있었다.

행동의 위반에서 추단된 내면의 증오
문제는 참가자들의 내면에 실제로 종교적 증오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데 있었다. 수사 단계에서 진행된 세 차례 전문가 감정은 결론이 엇갈렸다. 2012년 4월과 5월에 나온 두 차례 감정서에서는 피고인들의 언행에 종교적 증오나 적대감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새로 의뢰해 2012년 5월 23일에 나온 3차 감정서에서는 종교적 증오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질문 범위와 분석 방법에 결함이 있다며 앞선 두 감정 결과를 배척하고 세 번째 감정 결과만을 유죄의 근거로 채택했다.
러시아 법원은 성당 내부 규율을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를 종교적 증오의 증거로 삼았다. 평신도의 접근이 제한된 제단 앞 솔레아스에 올라간 데다 복장과 춤 동작으로 정교회 전통을 어겼다며 신자들에 대한 모욕과 증오가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주장한 정권과 교회의 유착 비판이라는 정치적 동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학자 카롤리네 폰 갈은 법원이 종교적 증오라는 주관적 의도를 독립적으로 입증하지 않고 교회 규범을 어겼다는 외형적 행위로부터 증오의 동기를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맥락과 비례성을 결여한 형벌
러시아 법원이 외면한 쟁점은 2018년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서 다시 다뤄졌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 사건을 대선 국면에서 표출된 예술적이고 정치적인 표현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러시아 법원이 공연 당시의 정치적 맥락, 실제 가사가 폭력이나 종교적 증오를 선동했는지 여부, 이 행위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결과를 낳을 실질적 위험이 있었는지를 전혀 분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공연이 신자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는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행동에 폭력 요소가 없었고, 신자에 대한 폭력이나 증오, 불관용을 선동하거나 정당화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소는 예배 장소의 규칙을 어긴 행위에 일정한 제재를 가할 여지는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예배를 방해하지 않았고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없었던 이번 사건에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을 정당화할 충분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으며, 징역형은 비례성을 잃어 유럽인권협약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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