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오픈AI 1만 개 에이전트와 나비에-스토크스

88시간 만에 3,000억 토큰 쏟아부어...연구진 1년 성과 앞지른 자본의 힘

리지

인공지능 수학 증명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6년 9월 오픈AI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법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방정식은 100년 넘게 세계 수학자들의 발목을 잡아 온 난제로 꼽힌다. 오픈AI가 이 난제를 푸는 데 투입한 수단은 인공지능 에이전트 1만 개였다. 이들 에이전트를 가동한 지 88시간 만에 결론이 나왔다. 나흘이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에이전트들이 쏟아낸 토큰만 3,000억 개에 달했다. 오픈AI는 막대한 자본과 연산 능력을 앞세워 나흘 만에 난제를 풀어냈다.

이 거대한 기계 동원은 소문 하나에서 출발했다. 외부 연구진이 유체 난제의 반증 사례를 찾아냈다는 소식이었다. 이들 연구진은 1년 넘게 땀 흘려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증명 논문을 다듬어 온 터였다. 오픈AI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연구 방향을 틀었다. 에이전트 1만 개를 모아 연구진이 찾은 해법의 길목에 곧바로 투입했다. 연구진이 오랜 시간 공들여 개척한 수학적 경로를 오픈AI가 88시간 만에 선점했다. 오랜 탐색은 인간이 하고 깃발은 기계가 꽂았다.

학문적 발견의 문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수학 증명은 사유의 몫이었다.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 틈을 메우며 오랜 시간 생각을 가다듬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규칙이 달라졌다. 난제를 풀 유망한 경로가 보이기만 하면 수만 대의 연산 장치가 그 길목으로 몰려든다. 오픈AI 스스로 밝혔듯이 이번 작업은 외부 소식을 들은 뒤에야 시작됐다. 수천억 개 토큰을 쏟아붓는 물량 공세 앞에서 기존 학술 연구 방식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인간 연구자가 몇 달 동안 문장을 고르고 오류를 검토하는 사이 기계는 순식간에 증명서를 출력하며 결승선에 도달했다.

문제는 이 속도전에 인간의 통찰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는 참과 거짓을 컴퓨터 코드로 확인한 계산 결과의 나열에 그쳤다. 유체가 왜 특정한 조건에서 급격하게 변하는지, 자연의 질서를 설명하는 수학적 원리는 보이지 않았다. 수학 연구의 진짜 가치는 결론에만 있지 않다. 난제를 푸는 과정에서 얻는 지적 통찰과 새로운 개념의 탄생에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계산으로 밀어붙인 결과물은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컴퓨터 코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답은 맞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증명에 불과하다.

연구 생태계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만 하면 거대 기술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결실을 독점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 탓이다. 연구자들은 이제 새로운 생각을 세상에 공개하거나 인공지능 도구를 쓰는 일조차 꺼리게 됐다. 오픈AI는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자의 프롬프트 데이터가 모델 개선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자신이 던진 질문과 연구 기록이 도리어 자신을 앞지르는 기계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 길을 찾는 고된 지적 탐색은 밀려나고 그 위에서 대규모 장비를 가동할 자본이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학문의 최전선도 자본과 전력망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인간 연구자가 오랜 세월 고뇌하며 길을 열어놓으면 거대 자본이 마지막 결승선을 압도적인 연산 능력으로 선점해 버린다. 오픈AI는 이번 결과로 100만 달러의 난제 상금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금은 포기했지만 학문적 우위와 상징 자본은 고스란히 챙겼다. 질문을 던지는 힘보다 연산 능력을 쏟아붓는 힘이 앞서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적 탐구는 단순히 먼저 깃발을 꽂는 경주가 아니다. 기계의 계산이 아무리 빨라도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은 여전히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호기심과 질문이어야 한다. 자본의 연산이 학문의 자리마저 삼키는 순간 인류는 가장 소중한 사유의 기쁨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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