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온도
예탁금 100조 무너졌는데 빚만 33조원 육박...새 돈 없는 6800 코스피
엿새 만에 투자자예탁금 10조원 빠져나가며 100조원 선 붕괴...신용융자는 8거래일 연속 늘어 33조원에 육박

8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 오른 6,820.02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 지수가 3.4% 오르며 6,800선에 안착하자 시장에서도 차츰 안도 섞인 기대가 번지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6,471.17까지 밀렸던 지수가 27일 6,912.37까지 반등한 뒤 완만한 숨고르기를 이어가고 있어, 겉으로 드러난 흐름만 보면 지난달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는 국면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지수 이면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실제 온도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증시 진입을 기다리는 대표적인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언제든 주식 매수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다. 그런데 이 예탁금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시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19일 106조 5,750억원에 달했던 예탁금은 26일 98조 9,177억원으로 줄어들며 100조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어 27일에는 96조 7,091억원까지 밀려나 불과 엿새 만에 9조 8,659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증시를 빠져나갔다. 코스피가 6,900선을 넘보던 27일 당일에도 예탁금은 하루 만에 2조 2,086억원이나 감소했는데, 이는 반등을 틈타 주식을 처분한 자금이 재투자에 머물지 않고 곧장 시장 밖으로 이탈했음을 뜻한다.
빠져나간 현금의 빈자리는 빚이 채웠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8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14일 30조 4,344억원이던 신용융자 잔고는 27일 32조 8,996억원으로 불어나며 33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예탁금이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엿새 동안 늘어난 신용융자만 2조 4,652억원에 달해, 계좌의 현금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매일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차입금만 가파르게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자금 이탈과 차입 확대를 대외 금융 환경의 불안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1,383.50원에서 31일 1,369.70원으로 내려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고, 대외 여건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는데도 정작 국내 증시에서는 현금 유출만 일어났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석 달 전 고점보다 여전히 각각 25.2%, 13.8%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고점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빚으로만 버티는 장세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증시에서 확인되는 자금의 실제 온도는 완연한 냉각에 가깝다.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현금은 보이지 않고, 빠져나간 자금의 빈자리를 빚이 위태롭게 메우고 있는 모습이다. 지수가 소폭 올랐다는 표면적인 결과만 보고 자금이 다시 돌아온다고 판단하면, 시장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어디까지 허물어졌는지 놓치게 된다. 이 진단이 뒤집히려면 빠져나간 투자자예탁금이 100조원 선 위로 다시 채워지고, 8거래일 연속 늘어난 신용융자 잔고가 뚜렷하게 꺾여야 한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