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어든 도로...65세 이상 사고는 84% 급증
2024년 고령 운전자 사고 4만2369건으로 사망자의 30%...면허 소지자는 516만명으로 청년층 첫 추월

대한민국 도로에서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 10년 사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2015년 4621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4년 2521명으로 45.4% 감소했다. 차량 안전 기술이 발전하고 음주운전 단속과 보행자 보호 구역이 강화되면서 전체 사고 건수도 23만2035건에서 19만6349건으로 15.4% 줄었다. 하지만 유독 한 연령대에서만 사고 흐름이 정반대로 움직였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서 2024년 4만2369건으로 83.7% 급증했다.
경찰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가해자 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에 담긴 수치다. 경찰청이 연령대별 사고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도로의 사고를 운전자 연령별로 집계한 자료로 2015년치부터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돼 있다.
연령별 통계를 보면 60세 이하 모든 연령대에서 사고 건수는 일제히 줄었다. 20세 이하 운전자의 사고는 42.3% 급감했고, 40대는 37.5%, 30대는 30.9%, 20대는 25.6% 감소했다. 오직 65세 이상에서만 사고가 1.8배로 늘었다. 71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1만1건에서 1만9011건으로 90.1%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사고 건수 증가보다 더 무거운 문제는 인명 피해의 집중이다. 2015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로 숨진 사람은 81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7.6%였다. 2024년에는 사망자가 761명으로 줄었지만, 전체 도로 사망자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탓에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30.2%로 뛰었다. 도로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 3명 가운데 1명이 65세를 넘긴 운전자의 차에 희생된 꼴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급증한 일차적 배경에는 운전대를 잡은 고령층 인구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구조가 있다. 운전면허 소지자를 집계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19년 333만7165명에서 2024년 516만6386명으로 5년 만에 54.8% 증가했다. 전체 면허 소지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10.2%에서 14.9%로 높아졌다. 2024년에는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가 30세 미만 면허 소지자(474만1444명)를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넘어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부산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할 때 10만원 안팎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9년에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인지선별검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면허 자진반납률은 해마다 2% 안팎에 머물러 있다. 한 해 11만명가량이 면허를 반납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진입하면서 매년 40만명 안팎의 고령 면허 소지자가 새로 늘어난다. 빠져나가는 물길보다 유입되는 물길이 4배 넓은 저수지와 같다.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내려놓지 못하는 까닭은 운전에 대한 고집 때문이 아니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에서는 대중교통망이 부족하고 배차 간격이 길어 차량 없이는 병원 진료나 장보기가 사실상 어렵다. 화물 운송이나 배달, 영농 활동처럼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고령 노동자도 적지 않다. 이동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채 10만원 교통카드로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교통사고 사망자 2521명이라는 개선된 수치는 한국의 도로가 전반적으로 안전해졌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 안에서 761명을 차지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나 노화로만 돌릴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다. 고령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면허를 일률적으로 박탈하기보다,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전제로 한 조건부 면허와 수요응답형 교통망 같은 실질적인 대체 수단을 갖춰야 한다.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안전망을 갖추지 않는다면 고령 운전자의 위험한 주행은 도로 위에서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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