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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8조 쏟았지만...KDI가 잰 수도권 집중의 열쇠는 생산성
생산성 격차만 벌어졌다면 2019년 62% 달해...제조업 12곳 유지 땐 47% 방어

정부가 수십 년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신도시를 지었지만 수도권 집중은 단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왜 그 많은 정책은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의 발길을 되돌리지 못했는가.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도시경제학 모형으로 도시를 채우는 요인을 가려내 분석했다. 2005년 이후 생산성 격차만 벌어지고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이미 62%에 달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KDI는 일자리와 주거, 인프라 배치를 유도하는 공간정책을 다룬 보고서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에서 전국 시·군의 장기 흐름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취업자와 지역내총생산, 자본 자료를 모형에 넣어 도시 규모를 결정하는 세 요인을 추정했다. 일자리와 임금을 만드는 총요소생산성, 살기 좋은 환경을 뜻하는 쾌적도, 그리고 교통망처럼 도시가 혼잡을 얼마나 견디는지를 나타내는 인구수용비용이다.
분석 결과 생산성이 수도권 집중을 이끌었다. 조사 초기만 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균 생산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 생산성이 20% 늘어나는 사이 비수도권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이 비수도권의 절반 수준에 그친 가운데, 비수도권의 쾌적도와 신도시 개발이 유출을 막아 실제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생산성 격차가 벌어진 배경에는 2010년대 전통 산업도시의 침체가 있었다. 경기도에서 지식산업 생산성이 치솟는 사이 거제, 구미, 여수 등 제조업 도시들의 생산성은 일제히 하락했다.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 12곳이 침체 이전 생산성만 유지했어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7% 선에 그쳤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산했다. 지방 제조업의 추락만 막았어도 200만명이 지방에 남아 수도권 쏠림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권역별 거점도시를 육성해 수도권 인구 비중을 46%로 낮추는 전략 역시 문턱이 높다. 거점도시마다 생산성이 평균 8.2% 올라야 하는데, 이는 대전이 기록한 최고 수준의 성장세에 버금간다. 누적 8.5조원을 투입한 세종시의 사례는 인프라 중심 균형발전의 한계를 드러낸다. 인구수용비용은 대폭 낮췄지만 이후 생산성 증가율은 6.4%로 전국 평균을 밑돌며 인구는 40만명 선에서 정체됐다.
인프라를 짓는 것만으로는 일자리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공간정책은 일자리와 주거, 인프라 배치를 유도해 국토 균형과 경제 효율을 꾀하는 정책이다. 연구진은 빈 땅에 신도시를 짓는 투자는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고 짚었다. 수도권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비수도권 대도시 위주로 자원을 모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 확대를 일정 부분 용인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공간정책의 초점은 하드웨어 공급에서 벗어나 기업과 인재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인구 감소로 인프라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소도시에 대해서는 무리한 개발을 중단하고 주민의 거주 후생을 직접 보조하거나 인근 대도시로의 이주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진은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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