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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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가 잰 한국 근로자 역량 보상, 미국의 절반에 못 미쳐

1주기 자료 분석에서 수리력에 대한 임금 보상은 대상국 평균의 약 절반...근속연수에 대한 임금 보상은 약 3배

리지

근로자 인지역량6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2~23년 조사에서 한국의 40~44세 근로자는 25~29세 근로자보다 수리력 점수가 14.10점 낮았다. 언어능력 점수도 18.94점 낮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분석한 결과다. 수리력은 수학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이고, 언어능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과 사고력을 뜻한다. 이 조사는 두 역량을 각각 0~500점 척도로 측정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상체계는 근로자가 취업 후에도 학습을 이어갈 동기를 충분히 제공할까. KDI 연구진은 이 역량 차이를 배경으로 임금 보상과 학습 동기의 관계를 살폈다.

두 역량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업무에 숙련되는 데 기초가 된다. 다만 같은 시점에 서로 다른 연령집단을 비교한 만큼, 앞의 점수 차이에는 나이에 따른 변화와 세대별 교육 수준 등 특성의 차이가 함께 담겨 있다. 연구진은 한국 근로자의 인지역량이 하락하는 배경을 살피며, 보상체계가 취업 후에도 학습을 이어갈 동기를 충분히 주는지 검토했다.

미국에서도 40~44세 근로자의 수리력과 언어능력 점수는 25~29세 근로자보다 낮았지만, 두 집단의 점수 차이는 한국보다 작았다. 같은 비교 기준에서 일본의 40~44세 근로자는 25~29세 근로자보다 수리력 점수가 높고 언어능력 점수가 낮았다. 이탈리아의 40~44세 근로자는 두 영역 모두 25~29세 근로자보다 점수가 높았다. 한국은 청년층과 중년층 사이의 점수 차이가 컸고, 중년층과 장년층에 해당하는 40~44세와 60~65세 사이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세대별 교육 수준의 차이를 고려해 연구진은 2011~12년 1주기와 2022~23년 2주기 자료에서 같은 세대에 속하는 별도 표본을 비교했다. 여기서도 한국은 모든 세대에 걸쳐 역량 하락이 컸고, 20~30대부터 크게 감소하다 50대 이후에는 감소가 더욱 빨라졌다. 통계적 유의성은 표본을 뽑을 때 생기는 우연한 변동을 고려해, 관찰된 차이를 실제 차이로 판단할 근거가 충분한지 살피는 개념이다. 두 조사 표본의 교육연수 등 관찰 가능한 특성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관찰된 특성이 다르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결과로, 두 표본을 비교할 수 있다는 가정을 뒷받침했다. 다만 두 표본의 특성이 같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며, 같은 개인을 다시 조사한 결과도 아니다. 조사방식이나 응답 행태처럼 관측되지 않는 특성의 차이는 남을 수 있고, 관측 시점도 두 차례에 그쳐 이런 잠재 요인을 체계적으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KDI 연구진은 역량 하락의 가능한 배경 가운데 임금체계에 주목했다. 근로자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학습하고 훈련하면서 역량과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임금 보상도 기대한다. 그러나 역량을 높여도 기대할 보상이 작으면 학습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장시간 근로로 학습 시간이 부족한 문제, 훈련 프로그램의 실효성, 조직문화와 인사관리도 함께 요인으로 제시했다.

KDI가 2026년 1월 14일 발간한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일본·독일·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2주기 임금·산업 등 주요 변수 자료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KDI 연구진이 직접 국제 비교 분석을 하기 어려웠다. 이에 임금 분석에는 1주기 자료를 써서 27개국에서 정규교육을 이수한 성인 임금근로자를 비교했다. 한국의 1주기 조사는 2011~12년에 이뤄졌지만 국가별 조사연도는 달라 2014~15년에 조사한 나라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수리력 점수와 근속연수를 같은 회귀모형에 함께 넣고, 성별과 연령, 대졸 여부, 정규직 여부, 사업체 규모, 산업과 직업 등 관찰 가능한 특성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모형에서 조정하면서 수리력과 근속연수 각각의 시간당 임금 관계를 추정했다. 이를 위해 여러 특성과 임금의 관계를 함께 추정하는 회귀분석을 사용했으며, 모형에서 다른 특성의 영향을 조정하는 과정을 통제라고 부른다. 따라서 수리력에 대한 보상 추정치는 근속연수와 다른 관찰 특성의 영향을, 근속연수에 대한 보상 추정치는 수리력과 다른 관찰 특성의 영향을 모형에서 조정한 임금 차이를 나타낸다. 시간당 임금은 구매력을 맞춰 미국 달러로 환산한 값이다. 인지역량은 수리력 점수로 측정했다. 표준편차는 한 집단에서 개인 점수들이 평균 주변에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며, 한 표준편차는 그 값만큼의 점수 차이를 뜻한다. 다만 KDI 보고서는 표준편차를 계산한 기준 집단을 명시하지 않아, 각국의 추정치를 동일한 고정 점수 차이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근속연수는 현재 직장에서 일한 기간을 뜻한다.

이처럼 다른 관찰 특성의 영향을 모형에서 조정한 1주기 분석에서 수리력 점수가 한 표준편차 높은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99% 높게 추정됐다. 대상 27개국 평균은 6.13%로, 한국의 보상 수준은 평균의 약 절반이다. 미국의 추정치 8.10%와 비교하면 약 37%에 그쳤고, 독일의 7.38%와 견줘도 절반에 못 미쳤다. 다만 근로자 사이의 점수와 임금 관계를 추정한 만큼, 개인이 역량을 높였을 때 실제로 받을 임금 인상률로 읽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KDI 연구진은 최근 상황을 살피기 위해 2022~23년 2주기 자료를 쓴 OECD의 별도 분석도 인용했다. 이 분석은 정규교육 중이 아닌 25~65세 취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여기서 시간당 총소득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일해서 얻는 세전 시간당 근로소득이며, 상여금도 포함한다. 근로 외 소득까지 합친 총소득을 뜻하지 않으며, 앞의 임금근로자 대상 시간당 임금 분석과 측정 범위가 다르다. OECD 분석은 연령과 성별, 이민자 여부, 본인의 교육연수, 파트너와의 동거 및 자녀 유무, 경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모형에서 조정했다. 따라서 앞의 KDI 1주기 분석과 표본 및 통제 특성이 다르고, 추정값도 다른 관찰 특성의 영향을 조정한 취업자 간 소득 차이를 나타낸다. OECD는 국가별 수리력 점수 분포에서 계산한 표준편차를 사용했다. 따라서 각국의 한 표준편차는 서로 다른 점수 차이일 수 있으며, 국가 간 보상률 비교도 동일한 고정 점수 차이에 대한 비교로 읽을 수 없다. 점추정치는 표본 자료로 계산한 하나의 추정값을 뜻한다.

이처럼 다른 관찰 특성의 영향을 모형에서 조정한 OECD의 2주기 분석에서 수리력 점수가 한 표준편차 높은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총소득은 2.46% 높게 추정됐다. KDI가 이 분석에서 선정한 22개국 평균은 8.61%로, 한국의 추정값은 평균의 약 29%였다. 그러나 한국의 2.46%는 이런 점추정치로, 5%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여기서 5%는 통계적 판단 기준으로, 수리력에 대한 보상률의 크기와 구분된다. 분석의 가정 아래 실제 보상률이 0인 상황에서 표본의 우연한 변동 때문에 이를 0과 다르다고 잘못 판단할 위험을 5%로 정한 것이다. 유의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이 기준에서 보상률이 0과 다르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보상 효과가 없다는 입증과 구분해야 한다. 이 자료만으로 양의 보상률이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고, 평균 대비 약 29%라는 비율도 불확실성이 있는 점추정치끼리 비교한 값이다. 두 분석을 비교하려면 표본과 모형의 차이, 표준편차의 기준, 2주기 추정치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 두 분석에서 한국의 추정값이 모두 낮게 나왔어도, 보상이 2.99%에서 2.46%로 줄었다고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근속연수와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 차이도 1주기 분석에서 확인됐다. 다른 관찰 특성의 영향을 모형에서 조정했을 때 한국에서는 현재 직장의 근속연수가 1년 더 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2.05% 높게 추정됐다. 대상 27개국 평균 0.71%의 약 2.9배로, 미국의 두 배를 웃돌고 독일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 모형에서 1,0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0인 이하 사업체 근로자보다 30.49% 높게 추정됐다. 이 역시 서로 다른 근로자를 비교한 값인 만큼, 개인에게 매년 적용되는 자동 인상률이나 대기업에 입사하면 보장되는 임금 상승률을 뜻하지 않는다.

직무급은 맡은 직무의 가치와 특성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체계다. KDI 보고서가 인용한 2025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는 6월 말 기준으로 사업체의 응답을 받았다. 사업체의 63%는 기본급을 정하는 명시적인 운영체계가 없다고 답했다. 기본급 자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직무급을 운영한다는 사업체는 8.6%였다. 연구진은 이 비율을 근거로 역량과 직무능력을 반영하는 보상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봤다.

낮은 역량 보상에 높은 근속 보상과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가 더해지면 근로자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질까. KDI 연구진은 경력 초기 대기업 일자리 경쟁이 커지고 취업 후 학습 동기는 약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대규모 사업체의 높은 임금과 긴 근속에 대한 보상이 결합할 경우, 생애 소득을 고려하는 근로자는 졸업 직후나 경력 초기에 그 일자리를 얻어 근속을 쌓는 선택을 중시할 수 있다. 취업 후 역량 개발보다 그 일자리를 얻는 데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량 개발로 기대할 보상이 작으면 학습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유인도 부족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학습·훈련 투자가 부족하면 경력이 쌓이는 시기에 역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기회가 줄어 역량 하락이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분석이 이러한 인과 경로나 실제 학습 중단, 평생 소득을 결정하는 효과까지 직접 검증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따른 직무 재편을 앞두고 연구진은 근로자의 인지역량이 빠르게 하락하는 현상을 노동생산성 측면의 우려로 진단했다. 직무의 가치와 특성을 반영하는 직무급, 업무 성과를 보상하는 성과급 등으로 역량 개발의 기대 수익을 높이자는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를 체계화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런 보상체계를 학습 동기를 높이는 필요조건으로 제시했으며, 실제 역량 향상을 위해서는 학습 시간과 근로환경도 갖춰야 한다고 봤다. 근로시간을 조정해 학습 시간을 확보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며 역량을 발휘할 근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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