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국일신동, 시총 139억 퇴출 위기...순자산 426억 장부엔 대주주 지분 51%
상반기 흑자 전환에 부채비율 10%...안산 공장 땅값 187억에도 못 미치는 시가총액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을 가려내기 위해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퇴출 시한을 앞당기는 가운데 시가총액 200억원에 못 미치는 국일신동도 지난 8월 13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주가 1,250원, 시가총액 139억원에 머문 국일신동은 관리종목 지정 뒤 90거래일 안에 시가총액 200억원을 회복해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국일신동은 1993년 손인국 회장이 구리와 아연을 녹여 비철금속 소재인 황동봉을 만들기 위해 세운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기업이다. 자동차와 가전, 반도체 부품에 들어가는 황동봉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8%가량을 차지하는 3위권 업체로, 동판과 동대를 만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이구산업의 계열사다. 퇴출 규정에 걸려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지만 회사의 실제 재무 상태는 시장이 떠올리는 부실 한계기업과 거리가 멀다.
올 상반기 국일신동은 매출 193억원, 영업이익 5억 3,423만원, 당기순이익 6억 6,149만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총부채 45억원 가운데 은행 차입금은 4억원(8.9%)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10.59%에 그치며 순자산은 426억원에 달한다. 현재 시가총액 139억원은 순자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33배 수준으로, 안산 공장 토지의 취득원가 장부가액 187억원 하나만으로도 시가총액 전체를 갚고 48억원이 남는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장부의 알짜 자산보다 퇴출 우려에 먼저 흔들렸다. 관리종목 지정에 따른 기관투자가의 기계적 매도와 소액주주의 투매가 쏟아지며 지난 7월 주가가 701원까지 떨어져 시가총액이 78억원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회사가 빚이 거의 없고 공장 부지 가치가 충분해도 시가총액 200억원을 채우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는 거래소 요건 탓에 주가는 바닥에 갇혔다.
시장이 불안에 밀려 매물을 쏟아내는 사이 최대주주 손인국 회장과 그가 지분 99.7%를 가진 계열사 이구무역은 지난달 장내에서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손 회장은 지분율을 42.27%에서 45.98%로 높이고 이구무역은 사흘간 5억여원을 들여 33만주를 추가 매수하면서 경영권 영향 목적을 밝힌 최대주주 일가의 합산 지분율은 48.37%에서 51.35%로 과반을 넘어섰다.
지금 주가 1,250원에는 퇴출 시한에 쫓긴 소액주주의 불안과 그 밑에서 헐값에 지배력을 굳힌 대주주의 계산이 겹쳐 있다. 시가총액 200억원을 넘겨 상장을 유지하려면 주가가 44.3% 오른 1,804원까지 올라야 한다. 그러나 주가가 기준에 못 미쳐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과반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는 순자산 426억원의 회사를 고스란히 차지하게 된다. 부실기업을 가려내려던 퇴출 규정이 오히려 대주주에게 순자산 3분의 1 가격에 회사를 장악할 기회를 열어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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