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세보엠이씨 신고가 뒤 잠긴 1888억...미청구공사 현금으로 돌아올까
상반기 순이익 283억원 거뒀지만 영업현금흐름 -437억원...미청구공사 1,888억원으로 급증

상반기 순이익 283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지만 회사 계좌에서는 현금 580억원이 유출됐다.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두고 충북 음성과 경기 평택에 공장을 둔 세보엠이씨의 재무제표에 드러난 수치다.
1978년 설비공사업체 세보기계공업을 전신으로 둔 세보엠이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공조 덕트와 배관을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체다. 반도체 공장 클린룸 1차 배관 시공 국내 1위로 상반기 매출 5,358억원 가운데 88%를 설비 공사에서 올렸다. 상반기 순이익은 28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 356억원의 80%를 6개월 만에 달성했다.
시장은 반도체 설비투자 회복에 주목했다. 주가는 7월 장중 2만 9,3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3년 전 8,000원대에서 3배 이상 오른 주가다.
신영증권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자본적 지출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평택 반도체 공장의 공조 설비, 배관 공사 등 수천억원대 대형 수주가 이어졌고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계획도 투자 심리를 뒷받침했다.
손익계산서와 달리 현금흐름표를 보면 전혀 다른 지표가 나타난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37억원이다. 유입된 현금보다 사업 과정에서 지출된 현금이 400억원 이상 많다는 의미다.
원인은 미청구공사다. 공사 진행률에 맞춰 장부상 매출로 반영했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대금이 지난해 말 692억원에서 상반기 만에 1,888억원으로 1,196억원 급증했다. 시공 후 대금을 정산받는 건설업 특성상 반도체 공장 수주가 집중되자 인건비와 자재 대금을 먼저 투입해야 했다.
세보엠이씨의 재무 상태는 감내할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은 20억원에 그치고 부채비율은 70% 수준이다. 1998년 이후 26년 넘게 배당을 지속하며 주주환원을 이어온 만큼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보유 현금은 지난해 말 1,062억원에서 482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미청구공사 1,888억원은 회사 시가총액 2,612억원의 72%에 달한다. 회사가 거둔 이익이 현금으로 회수되지 못한 채 공사 현장에 잠겨 있다.
현재 세보엠이씨 주가에는 반도체 제조사의 공장 증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1,888억원의 미청구공사가 공기 내에 정상적으로 현금 회수된다는 전제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변동으로 발주처가 공사 일정을 지연하거나 설계를 변경해 준공 정산이 늦어진다면 사상 최대 실적의 수치는 현금 대신 운전자본 부담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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