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화장품 얹은 폰드그룹...시장은 왜 5배에 묶어뒀나

상반기 영업익 387억 호실적...순이익 절반은 벤더 몫, 차입금 1354억 부담

리지

폰드그룹2분

Illustration by Gemini

아디다스와 푸마 브랜드를 빌려 속옷과 운동복을 외주 생산한다. 홈쇼핑과 온라인에서 파는 폰드그룹의 실적은 겉보기에 화려하다. 회사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본사를 뒀다. 올해 상반기 매출 2,661억원, 영업이익 387억원을 올렸다. 반년 만에 2024년 한 해 영업이익 413억원의 대부분을 달성했다. 내수 소비 침체로 유통업계가 고전하는 사이 거둔 실적이다. 2023년 말 코웰패션에서 패션사업을 인적분할해 나왔다. 2년여 만에 회사는 2028년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실적의 배경에는 패션 밖에서 벌인 공격적인 기업 인수가 있다. 회사는 분할 상장 직후부터 외부 기업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영국 패션 브랜드 수퍼드라이의 아시아 지식재산권을 755억원에 인수했다. 스키복 브랜드 스파이더를 운영하는 브랜드유니버스 지분도 사들였다. 이어 미국 코스트코와 아마존에 화장품을 공급하는 유통사 모스트를 인수했다. 조선미녀 창립자의 올그레이스까지 사들였다. 임종민 대표는 인터뷰에서 "패션 라이선스 위주로는 성장에 한계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업종 전환을 추진해 종합 유통사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었다.

늘어난 이익의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사정이 복잡하다. 상반기 순이익 286억원 가운데 패션 사업의 비중은 크지 않다. 본사인 폰드그룹의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스파이더를 운영하는 브랜드유니버스는 상반기 순이익이 5억원에 그쳤다. 지분 50%를 보유한 화장품 유통사 모스트가 순이익 116억원을 냈다. 모스트 미국 법인이 55억원을 거두며 전체 순이익의 60%를 차지했다. 모스트가 번 순이익의 절반은 폰드그룹 주주 몫이 아닌 비지배지분으로 빠져나간다. 상반기에만 6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이 외부 주주에게 돌아갔다.

폰드그룹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올그레이스 인수 2,000 3,000 4,000 6,000 7,000 2024.02 2025.01 2025.11 2026.10 4,107 4,625
월봉 종가. 붉은 띠는 화장품 유통사 올그레이스 인수를 발표하고 주가가 정점을 찍은 구간이다.

재무제표에 쌓인 부담도 작지 않다. 회사가 인수한 무형자산은 1,070억원에 달한다. 상표권이 755억원(70.6%)이다. 인수 대가가 순자산을 넘어 치른 웃돈인 영업권이 315억원(29.4%)이다. 전체 자기자본 2,782억원 가운데 38%를 상표권과 영업권이 차지한다. 인수를 진행하느라 차입금은 1,354억원으로 불어났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만 770억원이다.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고 화장품을 해외에 납품하는 유통사는 공급망이 바뀌면 흔들린다. 미국 수출이 둔화해도 마찬가지다. 유통사의 실적이 꺾이면 1,000억원이 넘는 무형자산은 장부에서 손상차손으로 처리될 위험이 크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상반기 순이익 286억원을 연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5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2,703억원, 주가수익비율은 5배 안팎에 머물러 있다. 분기 배당을 이어가도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2025년 여름 고점인 7,561원에서 38% 떨어진 4,695원에 머물고 있다. 차입금으로 인수한 유통사의 실적을 홈쇼핑 의류의 한계를 극복할 경쟁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사이 화장품 유통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새로 인수한 패션 브랜드가 부담이 되면 주가 할인율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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