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기업은행 배당 목표 높아질까...손실 대비 자본 비율 상승이 관건
첫 중간배당 210원...상반기 자본 증가분의 97%가 기존 자본비율 유지에 필요한 규모
기업은행이 올해 처음 한 해 배당금을 나눠 지급하는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번 중간배당은 주당 210원이다. 주주로서는 배당금을 받는 횟수가 늘었으니 한 해 받는 금액도 늘어날지 궁금할 만하다. 기업은행은 상반기에 손실을 감당하는 자본인 보통주자본을 1조 2,494억원 늘렸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0.01%포인트만 올랐다.
서울 을지로에 본점을 둔 기업은행은 예금과 중소기업금융채권으로 조달한 돈을 기업과 개인에게 대출하고 이자를 받는다. 이 회사가 중소기업에 제공한 대출인 중소기업대출의 6월 말 잔액은 270조원으로 국내 중소기업대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달 중소기업 지원책을 설명하며 "우리 산업과 기업의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확대하려면 대출 재원만 마련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대출이 늘어나는 만큼 은행도 손실에 대비할 자본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은행은 예금과 채권으로 조달한 돈을 갚아야 한다. 보통주자본은 보통주 주주가 낸 돈과 은행이 벌어 남긴 이익 등을 바탕으로 손실을 감당하는 자본이다. 은행이 이 자본을 늘리려면 벌어 남기는 이익이 중요하다. 은행은 순이익을 벌어 남긴 이익을 쌓아 둔 이익잉여금에 더하는 반면, 현금배당으로 지급한 금액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한다. 이처럼 이익을 은행에 남기면 자본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은행은 대출과 투자 등의 위험을 반영한 자산 규모인 위험가중자산을 기준으로 자본을 관리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이다.
상반기 기업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10조 5,373억원 늘었다. 위험가중자산 증가액에 지난해 말 보통주자본비율 11.48%를 곱하면 기존 자본비율 유지에 필요한 추가 자본은 약 1조 2,097억원이다. 이 추가 자본은 늘어난 위험가중자산에 맞춰 기존 자본비율을 유지하는 데 계산상 필요한 규모다.
상반기 기업은행의 실제 보통주자본 증가액은 1조 2,494억원이었다. 기업은행이 종전 비율을 유지하는 데 계산상 필요한 추가 자본은 약 1조 2,097억원으로 실제 보통주자본 증가액의 약 97%에 해당한다. 이처럼 은행이 자본을 새로 확보해도 자산이 함께 늘면 자본비율을 높이기 어렵다.
기업은행이 자본 확충에 활용할 이익에도 제약이 생겼다. 상반기 기업은행의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순이자손익은 전년 상반기보다 늘었다. 하지만 대출 등 금융자산에서 예상되는 손실을 비용으로 반영하는 손상차손도 전년 상반기 7,13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205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외환거래에서 959억원의 손실을 냈다.
기업은행은 순이자손익이 늘었어도 손상차손 증가와 외환거래손실 등의 영향으로 자회사를 제외한 은행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전년 상반기보다 줄었다. 기업은행의 자회사를 제외한 상반기 순이익은 1조 2,078억원이었다.
기업은행이 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의 목표는 보통주자본비율과 연동된다. 기업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이 11~12%인 구간에서는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순이익의 35%까지 배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이 12~12.5%인 구간에서는 배당성향 목표 상단을 40%로 높인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35%로 보통주자본비율 11~12% 구간의 목표 상단에 도달했다.
기업은행이 중간배당을 도입해 지급 횟수를 늘렸다고 연간 배당성향이 곧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행은 반기보고서에서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이익의 규모와 함께 중소기업대출 공급과 자본비율 유지에 필요한 자본을 고려해 매년 정부와 배당금을 협의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연간 배당금은 한 해의 별도 순이익과 최종 배당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주당배당금 1,048원 기준으로 13일 주가 1만 9,790원 대비 배당수익률은 5.3%다. 이 배당수익률은 올해도 지난해 주당배당금을 유지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올해 결산배당까지 합친 주당배당금이 1,048원보다 줄면 이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업은행이 배당 계획에 정한 배당성향 목표 상단을 높이려면 보통주자본비율이 다음 구간에 진입해야 한다. 하반기에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 증가율이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을 웃돌면 보통주자본비율이 높아진다. 기업은행은 계획상 보통주자본비율이 12%를 넘어야 배당성향 목표 상단을 40%로 높이는 구간에 진입한다. 기업은행의 6월 말 공시된 보통주자본비율은 11.49%였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이 지난해와 같은 35%로 유지돼도 올해 연간 별도 순이익이 늘면 연간 배당금이 늘 여지가 있다. 올해 주당배당금이 지난해 1,048원을 넘으려면 첫 중간배당 210원을 제외한 결산배당이 주당 838원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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