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5억달러 거절한 허깅페이스에 엔비디아가 부른 값 130억달러

수백만 건 모델 쌓인 창고, 매출은 불투명한데 가치는 3년 새 세 배...주인 바뀌면 중립성부터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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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2분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해 말 허깅페이스는 엔비디아의 5억달러 투자 제안을 거부했다. 기업가치를 70억달러로 책정한 조건이었다. 의사결정을 좌우할 지배주주를 들이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해가 바뀌자 두 회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번 협상 대상은 회사 전체이며 거론되는 매각가는 130억달러를 넘어선다.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1년이 채 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허깅페이스의 실체를 두고는 업계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2016년 프랑스 출신 창업자 3명이 세운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모델과 학습용 데이터를 등록하고 내려받는 오픈소스 저장소를 운영한다. 축적된 모델과 데이터만 수백만 건에 이른다. AI 모델을 개발하려는 이는 남들이 구축해 둔 결과물을 가져다 쓰고, 개발을 마치면 다시 이곳에 올린다. 단순한 파일 보관소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 회사의 구체적인 수익 구조는 외부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기업가치가 급등한 내력을 뜯어보면 재무제표로 입증된 실적은 초라하다. 2023년 이 회사는 2억35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45억달러 가치를 인정받았고, 엔비디아 역시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다. 3년 만에 기업가치가 세 배로 뛴 격이지만 그사이 매출이 세 배로 급증했다는 근거는 없다. 가치를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은 독점적 지위다. AI 모델을 찾는 개발자가 가장 먼저 거치는 관문이라는 점과 이들의 이용 습관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 회사와 인수 논의를 진행했다. 복수의 인수 후보가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이 매물의 가치가 재무제표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저장소가 특정 기업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성을 유지할 때만 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현재 그 안에는 엔비디아 칩 구동 모델과 경쟁사인 AMD·인텔 칩을 겨냥한 모델이 공존하고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신뢰가 전 세계 개발자를 끌어모았고, 그 평판이 130억달러라는 인수가를 만들어냈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이 플랫폼의 주인이 되면 신뢰의 기반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제조사가 생태계 진입 관문까지 장악하는 기업결합을 각국 규제당국이 어떻게 바라볼지도 미지수다.

엔비디아는 지난 26일 이번 회계연도 잔여 기간 동안 지분 투자에 18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장 기업에 이미 투자한 자금만 479억달러에 달한다. 반도체 판매로 거둔 막대한 현금이 자사 칩 수요처를 사들이는 데 다시 투입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를 인수했을 때도 개발자 진영에서는 같은 우려가 나왔고 결과는 엇갈렸다. 무료 이용 혜택은 확대됐지만 이를 대체할 대안 플랫폼의 선택지는 좁아졌다. 허깅페이스는 1년 전 투자 제안을 거부하며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지배적 투자자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 역시 무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그 자립의 선언으로 평가받은 시장 가치가 얼마인지는 이미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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