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오픈AI, 커서에 모형 공급 끊는다...4년 거래에 남은 76일

주인이 스페이스X로 바뀌자 지배권 변경 조항 발동...남의 모델 빌려 파는 사업의 수명 드러나

리지

AI 모형 공급 계약2분

8월 28일 통보, 11월 12일 차단. 그사이에 남은 시간은 76일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인공지능(AI) 코딩 도구 커서(Cursor)에 자사 모델을 공급해온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4년 가까이 이어온 거래를 끊는 조치다. 오픈AI가 내세운 이유는 커서를 인수한 주체가 스페이스X라는 점이다. 스페이스X 산하에는 엑스(옛 트위터)와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있고, 머스크는 올해 법정에서 xAI가 오픈AI 이용약관을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오픈AI는 스페이스X가 자사 기술을 "이용약관 안에서" 쓰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서의 한 줄이 공급을 끊었다. 경영권이 바뀌면 정해진 기한 안에 공급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지배권 변경 조항이 근거였다. 오픈AI는 그 기한이 끝나기 직전에 해지를 통보하며 "계약이 정하는 최대한의 유예"를 줬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서 커서의 귀책 사유는 따지지 않았다.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해지 사유는 충분했다. 이에 따라 출시를 앞둔 차세대 모델 아스트라는 처음부터 공급 목록에서 제외됐다. 4년간 쌓아 올린 공급선이 주주 명부 한 줄 변경으로 76일의 시한부로 변했다.

커서에도 자체 모델이 있고, 무료로 내려받는 오픈소스 모델도 크게 늘었다. 설정 창에서 이름 하나만 바꾸면 다른 회사 모델로 교체할 수 있는데, 이 손쉬운 전환은 도구를 만드는 회사가 내세운 무기였다. 그런데 이 같은 구조는 공급자 쪽에서도 잃을 것이 없다는 뜻이 된다. 서로를 묶어둘 끈이 없는 거래는 어느 쪽이 먼저 손을 털어도 치를 비용이 적다.

더 큰 문제는 원가 구조다. 모델 개발사는 자체 모델을 자사 구독 요금제에 얹어 정액으로 판매한다. 같은 모델을 도매로 떼어와 사용량에 맞춰 요금을 물려 되파는 쪽은 출발선부터 불리하다. 그렇다고 모델 개발사의 처지가 편한 것도 아니다. 앞에서는 개발자가 온종일 켜놓는 도구가 수요를 쥐고, 뒤에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메모리를 공급하는 인프라 기업이 공급망을 쥔다. 중간에 낀 AI 개발사가 수익성을 지킬 길은 자체 모델을 자사 서비스 안에 가두는 방식이다. 이번 통보를 묵은 감정싸움으로만 보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외부에 공급하던 모델을 거두어들여 직접 판매로 방향을 트는 신호탄에 가깝다.

11월 12일이 지나면 커서를 쓰던 개발자들의 거취가 분명해진다. 개발자들이 별다른 동요 없이 다른 모델로 옮겨가고 시장이 조용하다면, AI 모델은 언제든 갈아 끼우는 부품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용자들이 오픈AI의 직영 창구로 몰려간다면 결론은 정반대가 된다. 남의 모델을 빌려 포장해 팔며 이용자 수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온 회사들에 이번 76일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 회사가 파는 것이 무엇이고, 언제까지 그것을 팔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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