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노트북에 딸려온 윈도 값 6만7000원, 돌려받는 데 법원 2심까지

이탈리아 환불금은 6만원부터 20만원까지 제각각...끼워 판 소프트웨어에는 정해진 가격 없어

리지

끼워팔기2분

42유로, 44유로, 61유로, 129유로.

이탈리아 소비자들이 노트북을 구매한 뒤 제조사에서 환급받은 윈도 운영체제(OS) 가격이다. 같은 소프트웨어인데도 원화로 환산하면 6만7000원에서 20만6000원까지 세 배 넘게 벌어진다.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을 대변하는 유럽 단체인 유럽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E)과 이탈리아리눅스협회가 이 같은 사례들을 수집해 공개했다. 그러나 노트북 한 대당 운영체제 가격이 얼마로 산정됐는지는 사는 소비자도 파는 제조사도 밝히지 않는다.

환불을 받아내는 과정은 돌려받는 금액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한 소비자는 에이서를 상대로 소액소송을 제기해 50유로를 환불받고 소송비용 100유로를 별도로 받아냈다. 또 다른 소비자는 MSI가 기기를 폴란드 서비스센터로 보내라고 요구하자 자비로 배송비를 부담한 끝에 40유로를 환급받았다. 레노버를 상대로 제기된 환불 소송은 항소심까지 이어졌다. 법원은 42유로를 환불하고 소송비용 1,000유로를 부담하라 판결하며, 다툴 일도 아닌 사안으로 분쟁을 끌었다는 이유로 2만유로를 배상하라고 명했다. 배상액만 3,200만원이다.

정작 납득하기 어려운 쪽은 제조사의 대응이다. 노트북 한 대당 6만원을 환불해 주는 일은 회계상 단순 반품 처리보다 수월하다. 그런데도 수개월간 전화와 이메일로 실랑이를 벌이게 하고 기기를 해외로 보내라 요구하며 법정 공방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6만원을 아끼자고 벌이기에는 품이 너무 드는 일이다. 노트북 사양표에는 화면 크기, 메모리, 저장장치 사양이 기재돼 있지만 운영체제 가격 자리는 비어 있다. 그 자리에 가격이 한 번이라도 공개되면 소비자는 다음부터 그 금액을 제외하고 제품 간 실질 가격을 비교하게 되고, 대량 구매 계약에서 제조사가 실제로 얼마를 지불하는지도 함께 드러난다.

물론 원치 않으면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반론도 있다. 운영체제를 제외하고 판매하는 매장이 존재하고 캠페인 역시 그런 판매처를 찾아보라고 함께 안내한다. 하지만 시중 매장 진열대에 놓인 대다수 제품은 여전히 윈도가 기본 탑재된 채 판매된다. 에이수스는 환불 가이드라인으로 9유로에서 65유로 사이를 제시한다. 우리 돈 1만4000원과 10만원 사이 어디쯤이라는 뜻이다. 대량으로 사들이는 제조사가 라이선스 1건당 얼마를 내는지는 그 모호한 범위 안에 감춰져 있고 소비자는 그 간극을 협상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캠페인이 요구하는 바는 하나다. 환불 절차가 "쉽고 빠르고 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경쟁당국인 반독점청(AGCM)에 신고하라는 안내까지 붙어 있는 현실을 보면 실상은 아직 거리가 멀다. 우리 역시 노트북을 사면 윈도가 기본 탑재돼 나온다. 그래서 묻고 싶다. 묶음 상품에서 필요 없는 요소를 제외하고 그만큼 가격을 깎아달라 요구할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제조사가 책정한 총액만 보고 무조건 따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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