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내 차가 보험사에 넘긴 과속 기록...FTC, GM 데이터 판매 5년 금지

야간 주행과 급제동 정보 수집해 데이터 브로커에 넘겨...사후 삭제 청구권으로는 데이터 판매 못 막아

리지

주행 데이터2분

Illustration by Gemini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너럴모터스(GM)에 고객의 주행 정보를 제3자 데이터 브로커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5년간 금지했다. GM은 차량 커넥티드 서비스인 온스타를 통해 운전자의 과속 빈도와 야간 주행, 급제동 이력을 수집해 렉시스넥시스와 베리스크 등 데이터 브로커에 넘겼다. 차주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운전 습관이 보험사로 넘어가 보험료가 올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통신망과 연결된 차량이 안전과 편의를 돕는다는 설명 뒤에서 벌어진 거래다.

이 같은 정보 수집은 GM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모질라재단이 주요 완성차 업체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전수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업체 모두가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기준에 못 미쳤다. 차량 본체와 커넥티드 서비스, 스마트폰 전용 앱, 차량을 살 때 맺는 대출 계약까지 겹겹이 둘러싼 약관마다 데이터 수집 조항이 촘촘히 담겨 있었다.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 역시 미국에서 차를 파는 거의 모든 제조사가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외부에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차량의 모든 움직임은 상업용 데이터로 바뀐다.

논란이 커지자 워싱턴 정치권이 규제에 나섰다. 미국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드라이버 법안(DRIVER Act)을 발의하며 "차량을 샀다면 차량이 만들어낸 데이터도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운전자에게 수집된 데이터를 열람하고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주어 차량의 데이터 주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법안으로는 제조사가 데이터를 수집해 외부에 파는 행위 자체를 막지 못한다. 운전자가 수집 내역을 스스로 확인해 삭제를 요청하기 전까지 제조사의 데이터 수집과 판매는 합법적으로 이어진다. 수십 장에 달하는 복잡한 약관 속에서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 찾아내고 삭제를 요구하는 수고와 책임을 개인이 떠안는 구조다. 사후 삭제 청구권으로는 이미 시장으로 넘어간 데이터의 유통 경로를 되돌릴 수 없다.

권리를 보장한다는 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아예 통신 연결을 끊으려는 반작용이 나타났다. 미국 교통부는 의회에 보낸 정책 서한에서 통신 기능과 자동 주행 장치를 덜어낸 이른바 "자유의 차" 개념을 제시하며 무선 데이터 전송 의무화를 막겠다고 밝혔다. 교통부의 구상은 화면 속 광고와 상시적인 위치 추적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이 통신 모듈이 없는 구형 차량을 찾거나 단순한 트럭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자기기처럼 전원을 끄기 힘든 자동차에서 물리적인 통신 단절 외에는 감시를 피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완성차 업계가 주행 정보 수집을 스스로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량 판매로 남기는 마진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주행 데이터는 금융과 보험, 광고 시장을 잇는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 시장이 운전자의 실시간 습관 정보를 고수익 상품으로 취급하는 한 제조사가 이 수익을 제 발로 포기할 이유는 없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번 제재 조치에서 GM의 제3자 데이터 판매를 5년간 금지하고 위치 추적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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