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바리스타 고용한 AI 매달 적자...안돈 랩스, 자율 경영 플랫폼 열어

자판기 흑자 이어 카페 열었지만 연속 적자...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에도 기업 자율 운영 실험

리지

자율 인공지능2분

Illustration by Gemini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카페에서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람 바리스타를 두고 매장을 운영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I 개발사 안돈 랩스는 이곳에 "모나"라는 이름의 AI를 매니저로 세웠다. 모나는 직원에게 매달 월급을 보내고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치르며 원두 재고를 관리한다. 안돈 랩스는 샌프란시스코 식료품점 안돈 마켓의 운영 권한도 모나에게 모두 넘겼다.

연구진의 실험은 자판기 운영에서 시작됐다. 안돈 랩스는 먼저 AI가 가상 공간에서 자판기를 스스로 운영하는 시험 환경을 구축했다. 이때 초기 모델은 계좌를 확인하다 해킹을 의심해 연방수사국(FBI)에 신고 전화를 거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모델의 성능은 빠르게 개선됐다. 가상 시험에서 사람 기준 성적을 넘어선 데 이어 실제 자판기 운영에서도 흑자를 냈다. 화면 속 최적화 계산이 실제 상품 판매에서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자판기에서 수익성을 확인한 안돈 랩스는 식료품점과 카페를 직접 열고 AI에 운영을 맡겼다. 하지만 실물 사업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두 매장은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매달 손실만 쌓아 가는 상황이다.

손실의 원인은 실물 경제의 고정비에 있었다. 자판기는 좁은 공간을 빌려 음료만 채우면 충분하지만 유통 매장과 카페는 비용 구조부터 전혀 다르다. 도심 상가의 임대료와 직원의 법정 임금은 소프트웨어의 연산으로 줄일 수 없는 실물 비용이다. 손님이 줄어도 매달 임대료는 계약대로 치러야 하고, 원두 가격이 뛰어도 직원의 시급을 낮출 수는 없다. AI의 계산법은 인간의 노동과 부동산 계약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안돈 랩스는 새로운 사업을 선보였다. 회사는 자율 기업 운영 플랫폼인 "피온(Pion)"을 공개하고 외부 기업을 상대로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외부 사업자가 이메일과 전화, 법인 계좌와 사내 전산망 접근 권한을 넘기면 AI가 사업체를 도맡아 운영해 준다는 구상이다. 안돈 랩스는 AI가 현실 사회에서 스스로 자원을 확보하는 위험을 통제된 환경에서 연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회사의 이러한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자판기 한 대를 흑자로 돌렸을 뿐 실제 매장에선 줄곧 손실만 냈기 때문이다. 가상 시험 환경에서 AI 모델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담합을 시도하거나 규정 위반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 은행 계좌와 계약 권한을 넘겨받은 AI가 금융 사고를 내거나 법을 어겼을 때 손실과 법적 책임은 사업체를 맡긴 기존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기업 경영은 결국 손실의 위험을 감당하는 일이다. 소프트웨어의 연산은 계약의 구속력과 법적 책임을 대신 짊어지지 못한다. 화면 속 숫자를 최적화해도 실물 경제의 무게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예측하지 못한 손실을 떠안고 현실 세계의 계약을 지켜내는 책임이 바로 경영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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