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후지쓰 주권 AI 외치며 서버 조립...핵심 칩과 설계는 해외 의존
가사시마 공장서 조립한 국산 서버...정작 2나노 칩 생산은 해외 의존

후지쓰는 14일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이자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인 "모나카"와 이를 탑재한 서버를 11월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지원을 받은 모나카 서버의 핵심 구호는 "주권형 인공지능 인프라"로, 후지쓰는 일본 가사시마 공장에서 서버를 직접 제조해 부품 출처와 제조 이력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모나카는 데이터 보안을 확보하고 인공지능 처리의 전력 효율을 높이고자 후지쓰가 자체 설계해 14일 공개한 차세대 반도체다. 하지만 생산 공정을 들여다보면 국산이라는 수식어와 배치되는 사실이 확인된다. 후지쓰는 모나카의 연산 코어를 2나노미터(nm) 공정으로, 입출력부를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밝혔는데, 현재 일본 내에는 2나노 반도체를 상업적으로 양산할 공장이 아예 없다. 과거 후지쓰가 보유했던 반도체 공장은 매각된 뒤 20나노대 공정에 머물러 있어, 결국 2나노 칩 제조를 해외 위탁생산 업체에 맡기지 않고서는 모나카를 완성할 수 없는 셈이다.
설계 자산도 국경 안에 머물지 않는다. 모나카는 영국 암(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후지쓰가 데이터 보호 기능으로 내세운 기밀 컴퓨팅과 행렬 연산 기술 역시 암의 표준 규격을 그대로 따른다. 결국 일본 가사시마 공장에서 이뤄지는 제조라는 것도 해외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과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 서버를 맞추는 조립 단계에 그친다.
후지쓰가 내놓은 제품의 실질적인 가치는 전력 효율에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CPU 기반 추론에 집중한 결과다. 모나카는 3D 적층 설계와 초저전압 구동 기술을 적용해 전용 가속기 없이 CPU만으로 두 배의 추론 처리량을 내며, 일반 공랭 방식의 섭씨 40도와 수랭 환경의 섭씨 45도에서도 정상 작동해 서버 냉각 전력을 최대 80%까지 줄였다.
시장에서는 이 뛰어난 고효율 기술에 주권이라는 이름을 얹은 방식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인공지능 추론에 특화된 저전력 서버라는 설명만으로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반도체 원판 제조와 핵심 설계를 해외에 의존하면서 단지 조립 공장이 국내에 있다는 이유로 공급망 자립을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부품의 제조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부품 국산화를 뜻하지도 않는다.
인공지능 주권이라는 구호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예산을 유치하는 데 대단히 유용한 방편이다. 공공 데이터와 기업 기밀을 국내 공장에서 조립한 장비에 보관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로 해외 위탁생산 업체의 공급이 중단되거나 설계 자산 사용이 막히면 국내 조립 시설은 즉각 멈춰 설 수밖에 없으며, 완제품 조립 단계에 머무는 공급망 관리는 핵심 부품의 대외 의존 위험을 결코 없애지 못한다.
하드웨어 경쟁력은 글로벌 분업 구조 안에서 대체하기 힘든 기술적 효율에서 나온다. 후지쓰는 2026년 3월 마감한 회계연도에 매출 3조 5,000억엔(약 230억달러)을 기록하며 탄탄한 사업 기반을 증명했다. 오는 11월 판매를 시작하는 모나카 서버의 첫 공급 대상에 일본 공공 부문뿐 아니라 유럽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함께 이름을 올린 것도 바로 그 효율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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