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스탠퍼드대 뇌 연구의 반전...5억 년 진화 거친 두 장기의 결합

단일 장기라는 수백 년 상식 뒤집혀...배아 발생 초기부터 뿌리 갈라진 두 신경계

리지

뇌 발생학2분

인간의 뇌는 수백 년 동안 단일 장기로 여겨졌다. 수정란 속 소수 세포가 퍼져 뇌 전체를 만든다는 설명이 상식이었다. 복잡한 생각을 맡는 대뇌와 호흡을 맡는 뇌간이,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란 가지라는 전제였다. 의학계는 오랫동안 이 단일 기원설을 바탕으로 뇌 질환의 원인을 찾았다.

뇌 발생학은 배아의 신경계 형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이 상식이 뒤집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에서다. 연구진은 18일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뇌를, 발생과 진화의 기원이 서로 다른 2개의 독립된 신경계 결합체로 규명했다. 앞쪽 대뇌와 뒤쪽 뇌간은 초기 배아부터 다른 전구세포에서 갈라져 나왔다. 겉으로는 한 덩어리로 뭉쳐 있다. 하지만 내부에는 2개 장기가 맞물린 구조다.

연구진은 배아의 신체 틀이 잡히는 낭배 형성기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두 세포군은 디엔에이(DNA) 복합체인 염색질 구조부터 달랐다. 앞쪽 뇌와 중간 뇌를 만드는 전구세포가 Otx2 유전자를 켤 때, 뇌간을 이루는 뒤쪽 뇌 전구세포는 Gbx2 유전자를 활성화하며 서로 다른 궤도를 달리는 열차처럼 단 한 번도 섞이지 않았다. 발생 내내 세포의 갈래가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 발견으로 실패의 원인이 밝혀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계가 겪은 실패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뇌간 신경세포를 배양하려 거듭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단일 기원설을 따라 앞쪽 전구세포를 뒤쪽 뇌세포로 바꾸려 매달렸지만, 염색질 자물쇠가 굳게 잠겨 세포의 운명은 애초에 다른 길로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두 신경계의 뿌리는 고대 생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역사는 5억 5,000만 년에 이른다. 인간과 공통 조상을 둔 장명충과 제브라피시, 닭에서도 똑같은 분리 구조가 확인됐고, 6억 년 전 갈라진 해파리조차 몸 양 끝에 독립된 두 신경망을 지니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진화의 결과다. 원시 신경계와 고등 신경계는 오랜 진화를 거치며 한 머리뼈 안에 모였다.

기원을 바로잡은 연구진은 줄기세포로 실제 기능하는 뒤쪽 뇌 운동신경세포를 길러냈다. 자라난 세포들은 스스로 전기 신호를 내뿜으며, 안면과 삼킴 근육을 조절하는 뇌간 단백질을 만들었다. 살아 있는 환자의 조직을 얻기 어려워 가로막혔던 루게릭병 연구에 돌파구가 열렸다. 돌 전 영아의 주된 사망 원인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신약 후보 물질도 배양 접시에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뒤쪽 뇌 연구의 진전은 난치병을 넘어 대사 질환 치료로 이어진다. 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티드가 겨냥하는 식욕 조절 회로가 바로 이 뒤쪽 뇌에 있다. 새로운 쓰임새가 열린 것이다. 인공 배양된 신경세포는 약물이 포만감을 유도하는 세부 경로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치료의 실마리가 잡힌 셈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18일 논문에서 배양 기술을 더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뒤쪽 뇌 신경세포와 척수가 연결되는 발생 경로를 추가로 추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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