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엔비디아 옵션 9,375주, 통보 수량만 믿었다...30년 뒤 1조 날린 자문위원
2만5,000주 가운데 62.5%만 확정 통보...빠진 9,375주는 액면분할 거쳐 450만주
1993년 엔비디아 창업자들이 사우살리토 부두의 배 한 척을 찾아갔다. 그 배에서 가상현실 회사를 운영하던 기술자가 곡면에 무늬를 입히는 자신의 기술을 보여줬다. 기술을 본 창업자들은 그를 기술자문위원회에 넣었다. 그는 그해 9월 스톡옵션 2만5,000주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지금도 그 계약서가 진짜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다만 오래된 일이라고만 한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미리 정해둔 가격에 그 회사 주식을 나중에 사들일 수 있도록 회사가 내주는 권리다. 부여한 날부터 정해진 기간에 걸쳐 몫이 나뉘어 확정된다. 확정된 몫만 받은 사람이 가격을 치러 행사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계약서에는 스톡옵션을 분기마다 나눠 "부여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모든 주식이 확정되도록"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 1년이 지나고도 한참 뒤인 1996년 4월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가 편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1만5,625주가 확정됐으니 행사하라는 것이었다. 확정됐다며 알려온 1만5,625주는 부여받은 2만5,000주의 62.5%로, 4년에 걸쳐 분기마다 나눠 확정하는 일정에서 열 분기가 지났을 때 나오는 비율이다. 그러나 계약서대로라면 그 편지가 쓰이기 전에 2만5,000주는 전부 확정돼 있어야 했다.
기술자는 편지가 요구한 대로 1만5,625주를 사들였다. 서류는 그대로 묻어뒀다. 2024년 엔비디아 소식으로 시끄러운 친구의 거래 화면 앞에 앉았다가 집에 돌아가 옛 서류 뭉치를 꺼냈다. 확정되지 않은 채 넘어간 9,375주는 그 뒤 엔비디아가 거듭한 액면분할로 450만주가 됐고, 지금 주가로 10억달러라는 것이 본인 추산이다.
기술자가 선임한 변호사들과 회사 측 대리인은 여러 달 서면을 주고받았다. 엔비디아는 서명된 계약서의 진위는 다투지 않았다. 정해진 햇수가 지나면 청구권 자체를 없애는 제도인 시효로 이미 청구권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만나서 정리하자는 제안에는 소송을 해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30년이 지난 청구가 각하를 넘기 어렵다고 봤다.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확정 수량을 계산하는 쪽은 회사다. 스톡옵션은 행사해 주식이 되기 전까지 회사가 보관한 서류에만 있다. 받는 사람은 통보받은 수량을 계약서와 대조하지 않으면 어긋난 것을 알 수 없다. 한국 상장사 주식은 2019년부터 전자등록돼 증권계좌에 기록으로 남지만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은 그런 기록에 오르지 않는다. 시효는 계약서가 맞는지를 따지지 않고 몇 해가 지났는지만 센다.
그 편지가 오기 얼마 전 엔비디아는 첫 제품 NV1의 실패로 직원 상당수를 내보냈다. 기술자가 배에서 보여준 곡면에 무늬를 입히는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이렉트X에서 삼각형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쓸 자리를 잃었다. 그가 편지가 요구한 대로 사들인 1만5,625주도 같은 액면분할을 거쳤다. 750만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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