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반세기 전으로 돌아간 영국의 1인당 발전량

세계 1인당 발전량 2000~2025년 50% 이상 증가...영국은 소비 감소에 전력 수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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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3분

Illustration by Gemini

통계와 해설을 제공하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발전량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한 해 생산한 전기를 인구로 나눈 1인당 연간 발전량은 2000년 약 2,500킬로와트시(kWh,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에서 2025년 약 3,900kWh로 늘었다. 세계의 1인당 연간 발전량이 50% 넘게 증가하는 동안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의 1인당 연간 발전량은 오히려 줄었다. 영국의 1인당 연간 발전량은 2003년 약 6,700kWh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5년 약 4,200kWh로 줄었다. 영국의 1인당 연간 발전량은 정점보다 3분의 1 넘게 줄어 1968년의 약 4,300kWh 수준을 밑돌았다.

영국의 발전량 감소를 설명할 때 가장 흔히 거론되는 요인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산업 현장의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탈산업화다. 다만 국내 발전량에는 수입 전력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발전량 감소를 곧바로 소비 감소로 볼 수는 없다. 전력 소비를 부문별로 보면 가정의 전력 소비도 줄었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가정의 전력 소비는 2005년 125.7테라와트시(TWh, 1TWh는 10억kWh)에서 2025년 96.2TWh로 감소했다. 영국 가정의 전력 소비는 2005년보다 2025년에 약 23.5% 줄었다. 이 전력 소비량은 인구로 나누지 않고 영국 가정 전체가 연간 소비한 전력량을 집계한 수치다. 제조업의 변화만으로는 가정의 전력 소비 감소까지 설명하기 어렵다.

가정과 산업의 장기적인 전력 소비 감소에는 에너지 효율 향상도 기여했다. 조명 분야에서 백열전구 대신 LED 조명을 사용하게 된 변화가 대표적이다. 과거 60와트(W) 백열전구가 내던 밝기를 8W 안팎의 LED 조명으로 내면 동일한 시간 동안 켜 둘 때 전력 소모가 80% 이상 줄어든다. 가전제품의 효율 표준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요인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별도로 최근의 전력 소비 변화에는 가격 부담도 작용했다. 영국의 가정용과 기업용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높은 편이다. 영국 재정연구소에 따르면 국제 가스 가격은 2021년 여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에는 급등했다. 전력 시장에서는 가동 비용이 낮은 발전원부터 수요를 충당한 뒤 마지막으로 필요한 발전원의 추가 가동 비용을 기준으로 해당 시간대의 도매가격을 정한다.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가스 발전까지 가동해야 하는 시간대에는 가스 발전의 추가 가동 비용에 따라 다른 발전원의 전기를 거래하는 도매가격도 달라진다. 영국에서는 이처럼 가스 발전의 추가 가동 비용을 기준으로 도매가격을 정하는 일이 잦아 가스 가격 상승이 최근 전기요금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됐다.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은 공급사의 사전 구매 계약과 요금제에 따라 달라진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 단가가 고정되지 않고 바뀌는 가정용 기본 변동요금에는 분기마다 조정하는 가격 상한도 적용돼 도매가격 변화와 소비자 요금 변화 사이에 시차가 생긴다. 영국 정부는 2022년 가정의 전력 소비가 크게 줄어든 배경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과 따뜻한 기온을 함께 들었다.

국내 발전량과 전력 소비량의 차이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해외 전력 수입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에서 국가 간 전력망을 잇는 연계선으로 전력을 수입하며 국가 간 가격 차이에 따라 전력을 수입하거나 수출한다. 영국은 2025년 전력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뺀 순수입량이 29.7TWh였다. 이 전력 순수입량은 발전 과정의 전력 사용과 송배전 손실 등을 포함한 전체 전력 수요 323.0TWh의 약 9.2%다. 소비할 전력량이 같다면 수입으로 충당하는 전력량만큼 국내 발전으로 공급할 전력량이 줄어든다.

기기의 효율 향상과 새로운 활동의 전기 전환은 함께 진행될 수 있다. 동일한 밝기의 조명에 필요한 전력량이 줄어드는 동안 가스를 쓰던 난방과 연료를 쓰던 운송은 전기를 쓰는 방식으로 바뀐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외부 공기나 땅의 열을 건물 안으로 옮겨 난방하는 장치다. 영국에서는 히트펌프 설치와 전기차 보급이 진행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도 늘었다. 영국 정부가 계량기 자료로 추정한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데이터센터의 전력망을 통한 전력 소비량은 2020년 3.2TWh에서 2024년 4.5TWh로 증가했다.

새 발전소가 전기를 보내거나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받으려면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 접속해야 한다. 2025년 4월 영국 정부와 전력 규제기관, 전력망 운영기관은 기업들의 전력망 접속 대기 기간이 최대 15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 정부와 전력 규제기관, 전력망 운영기관은 과도하게 늘어난 접속 대기와 준비되지 않은 사업들이 후속 사업을 막는 문제를 지적하고 준비된 사업을 우선 연결하는 개혁안을 설명했다. 올해 9월 영국 재정연구소 보고서에는 북부의 풍력 설비 증가에 남부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 능력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언급됐다. 북부의 풍력 발전량이 송전망으로 보낼 수 있는 양을 넘는 시간대에는 전력망 운영기관이 북부 풍력발전소의 출력을 낮추고 남부의 가스 발전 등을 늘려 수요를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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