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체르노빌 핵연료 입자 6개, 결정 구조 대체로 보존

두 지점에서 채취한 표본 분석...핵분열 생성물의 방출 지연 가능성

리지

핵연료2분

Illustration by Gemini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로 흩어진 핵연료 입자, 즉 원자로에서 쓰던 연료의 미세한 조각 가운데 조사한 6개에서는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가 대체로 남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사고 약 40년 뒤인 올해 독일 하노버대학교(하노버대)와 헬름홀츠 드레스덴로센도르프 연구센터 연구진이 공개한 분석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방사성 오염으로 출입이 제한된 원전 주변의 체르노빌 출입통제구역 두 지점에서 표본을 채취했다. 체르노빌 핵연료 입자 전체의 안정성을 판단하려면 더 많은 지점에서 입자를 채취해 조사해야 한다.

폭발 당시 원자로 파편은 다양한 형태로 흩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채취한 크기 8~50마이크로미터의 입자는 세 종류로 분류된다.

첫째는 원래 핵연료인 이산화우라늄과 물리화학적으로 유사한 상태를 유지한 입자다. 둘째는 원자로 온도가 치솟으면서 핵연료가 녹아 지르코늄 피복재 층에 둘러싸이거나 융합된 입자다. 셋째는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흑연에 불이 붙어 열흘간 타면서 우라늄이 산화돼 형성된 입자다.

이때 생긴 여러 우라늄 산화물 가운데 U3O8은 기계적으로 부서지기 쉬워 미세 입자를 형성하며 이 미세 입자는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물질 내부 구조를 살피는 데 쓰는 방사선인 엑스선이 입자 내부의 원자 배열에 따라 만드는 회절 무늬에는 결정 구조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입자를 텅스텐 전극에 고정해 프랑스 그르노블의 엑스선 실험 시설인 싱크로트론으로 옮겼다.

연구진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 수준인 100마이크로미터로 모은 엑스선 빔 안에서 각 입자를 회전시키며 2,000개의 각도 위치에서 회절 무늬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 회절 무늬를 분석해 조사한 입자 내부에서 핵연료의 결정 구조가 대체로 보존돼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보존된 결정 구조가 핵분열로 생긴 물질을 입자 안에 유지하는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입자가 기계적으로 부서져 이동하는 과정은 화학적으로 녹아 내부 물질을 방출하는 과정과 다르다. 하노버대는 발표에서 구조 분석으로 방사성 물질의 방출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빗물이나 토양 조건에 따라 입자가 얼마나 빨리 녹는지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다.

결정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방사선 방출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우라늄을 비롯한 방사성 핵종, 즉 방사선을 내며 붕괴하는 원자의 종류는 고유의 반감기에 따라 붕괴하므로 결정 구조가 남아 있어도 방사성 붕괴는 이어진다.

입자 내부 물질의 방출이 늦어지면 그 물질이 입자 안에 남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처럼 내부 물질의 방출이 늦어지면 주변 토양이나 물로 방출되는 시점이 지연되고 입자 속에 장기간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입자마다 구조가 다르고 환경에서 부서지거나 녹는 풍화의 속도에도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의 원인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평균보다 오래 잔류하는 일부 입자가 뒤늦게 방사성 핵종을 방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노버대는 발표에서 입자를 채취한 오염 지역에는 지금도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자별 풍화 속도와 핵종 방출 시점에 차이가 있어 위험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두 지점에서 채취한 입자 6개의 분석만으로 지역 전체의 건강 위험이나 안전해질 시점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노버대는 출입통제구역의 제한을 단기간에 해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지만, 발표에서 행정기관의 해제 결정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고 약 40년 뒤 공개된 이번 분석에서 두 지점의 입자 6개는 핵연료의 결정 구조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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