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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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관 막던 얇은 비닐봉지 금지하자 더 두꺼운 플라스틱이 쏟아졌다

방글라데시 수해 막으려 시작된 규제...두꺼운 비닐 양산하며 쓰레기 무게는 외려 늘어

리지

비닐봉지 규제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02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는 몬순 폭우에 하수관이 막혀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하수관을 틀어막아 물길을 끊은 주범은 길거리에 나뒹굴던 얇은 비닐봉지였다. 그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세계 최초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비닐봉지 규제는 이렇게 물난리를 막으려 방글라데시에서 처음 만들어진 제도로, 두께 5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얇은 저밀도 폴리에틸렌 봉투 사용을 금지하거나 요금을 물려 쓰레기를 줄이려는 장치다. 법률 하나가 전 세계 규제의 출발점이 됐다.

편리함과 위생의 상징이던 얇은 비닐봉지는 바람에 날려 하수구를 막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막힌 하수관에 고인 물이 모기 서식지가 되어 말라리아 확산을 불렀다. 인도에서는 가축이 비닐을 삼켜 목숨을 잃었고, 중국에서는 이를 "백색 오염"이라 불렀다.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각국이 부과금을 매기거나 사용을 금지하며 비닐봉지 퇴출에 동참했다.

그러나 얇은 비닐봉지를 금지한 조치는 플라스틱 자체를 없애지 못했다. 기준선 아래의 얇은 봉투만 금지하자 유통 매장들은 기준을 살짝 넘긴 두꺼운 비닐봉지를 내놓았다. 봉투 겉면에는 "재사용 봉투"라는 이름을 붙여 몇 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 두꺼운 봉투를 여러 번 쓰는 대신 일회용처럼 쓰고 버렸다. 실제로 일찍이 얇은 비닐봉지를 금지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두꺼운 대체 봉투가 쏟아져 나오며 10년 동안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가 오히려 늘어났다. 결국 주 의회는 두꺼운 플라스틱 봉투까지 다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전 세계 비닐봉지 규제 현황. 짙은 초록색은 전면 금지, 연한 초록색은 요금 부과 지역이다. 지도 Elekhh(CC BY-SA 3.0), 위키피디아

부작용은 계산대 밖에서도 번졌다. 매장에서 공짜로 얻던 얇은 봉투가 사라지자 가정에서는 쓰레기통을 씌우기 위해 원료가 더 많이 들어간 두꺼운 쓰레기봉투를 돈 주고 사기 시작했다. 면 장바구니 역시 재배와 가공에 드는 에너지 탓에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수십 번 넘게 다시 쓰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았다. 얇은 봉투를 걷어낸 빈자리를 더 무거운 플라스틱과 자원이 메운 셈이다.

다카의 하수관을 막았던 얇은 비닐봉지는 명확한 퇴출 대상이었다. 그러나 특정 두께만 걷어낸 제도는 플라스틱 소비의 물길을 더 두꺼운 봉투와 쓰레기봉투로 돌려놓았을 뿐이다. 일회용 비닐을 금지했다는 선언 뒤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무게가 줄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의 소비 습관을 헤아리지 못한 제도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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