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그림 이야기

외계인은 왜 뉴욕 대신 라고스로 향했나...아프리칸퓨처리즘의 선언

노예제 상처 딛는 서구의 시선 거부...토착 신화와 기술로 빚은 미래

리지

아프리칸퓨처리즘2분

Illustration by Gemini

외계 비행선이 지구에 도착하는 자리는 늘 비슷했다. 뉴욕 빌딩 숲이나 런던 빅벤 상공이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소설가 은네디 오코라포가 쓴 과학소설 "라군"에 나오는 비행선은 달랐다. 거대한 외계 물체는 대서양을 건넜다.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 앞바다에 내려앉았다.

아프리칸퓨처리즘은 아프리카 대륙 고유의 문화와 역사, 토착 신화를 현지 기술과 결합한 예술이자 공상과학 갈래다. 서구 비평계는 오랫동안 흑인이 등장하는 공상과학을 아프로퓨처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대서양 노예무역으로 시작된 400년의 상처와 서구 기술 문명을 축으로 삼았다. 하지만 오코라포는 2019년 블로그 글을 통해 서구 중심의 틀을 거부했다. 아프리칸퓨처리즘이라는 새 이름을 내놓았다.

아프리칸퓨처리즘은 아프리카 대륙의 언어와 역사, 토착 신화에 바탕을 둔다. 서구 기술 문명을 동경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땅에서 기술이 직접 싹튼 미래를 그린다. 오코라포의 소설 "빈티" 속 소녀는 붉은 황토 머릿기름을 바른 채 은하계 대학으로 떠난다. 나미비아 힘바족의 전통 풍습과 우주선 통신 기술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케냐 마사이족 장로들이 우주복을 입은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세 장로. Africanfuturism,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시각 예술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조각가인 메리 시반데는 하녀의 파란 작업복과 하얀 앞치마를 입은 자신 모습의 조각상 "소피"를 빚었다. 3대째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일했던 가족의 역사를 딛는 작업이었다. 눈을 감은 채 날개를 단 전사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대안의 역사를 담아냈다.

전통 직물 문양과 사이버네틱스 신체를 결합한 파누엘 레울의 작품 세렝게티 사이보그. 사진 Solen Feyissa,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동아프리카 예술가들도 뜻을 모았다. 케냐의 자크 은제리는 마사이족 전사를 미래 비행선과 결합한 사진 연작을 내놓았다. 에티오피아 예술가 파누엘 레울은 사이보그 기계와 토착 직물 패턴을 캔버스에 담았다. 대륙의 사람들을 첨단 기술의 주체로 세웠다.

이 조형 언어는 미술관을 넘어 대중문화 시장으로 퍼졌다. 디즈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튜디오 트리거피시와 손잡고 애니메이션 단편선을 선보였다. 나이지리아 라고스 제작사와 함께 만든 공상과학 시리즈 "이와주"도 글로벌 스트리밍 무대에 올랐다.

라고스 해변에 닿았던 외계 생명체는 현지 해양 생물학자와 거리를 지키던 군인을 만났다. 오코라포가 제안한 용어는 학술 연구서를 통해 옥스퍼드 공상과학 역사 사전에 공식 표제어로 실렸다. 한 작가의 개인 블로그에 적혔던 단어는 미술관과 대학 연구소, 사전의 정식 색인표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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