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그림 이야기

FYTA, 오르페우스를 동성애자 총리로...누가 국가의 영웅인가?

1607년 오페라를 개작한 영화...바로크 음악과 디지털 콜라주의 결합

리지

포스트인터넷 미술4분

2021년 공개된 오페라 영화에 그리스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가 등장한다. 이 영화는 아테네에서 활동하는 예술 듀오 FYTA가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1607년 오페라 "오르페오"를 개작한 "ORFEAS2021"이다. 그리스 신화의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이 작품에서 오르페아스라는 이름의 총리가 됐다.

고전의 인물뿐 아니라 그 인물을 둘러싼 화면도 개작의 재료가 됐다. 배우의 얼굴 주변에 인물 조각 이미지와 십자, 월계수 잎을 그린 문양을 겹쳐 배치한 콜라주가 그 한 예다.

이 영화의 이미지 혼합은 인터넷 보급에 따라 이미지를 보고 정보를 찾으며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환경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인터넷 미술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포스트인터넷이라는 말은 2000년대에 쓰이기 시작했다. 이 흐름의 미술은 광고와 게임 등 여러 곳에서 표현의 재료를 가져오며 특정 매체나 하나의 화풍에 한정되지 않는다.

"ORFEAS2021"에서는 오래된 오페라와 조각의 이미지가 디지털로 편집한 인물의 얼굴과 함께 등장한다.

작가들은 조각에서도 기존 이미지의 형태와 배치를 바꾼다. 포스트인터넷 미술 작가 올리버 라릭은 저작권이 만료된 조각과 사물을 디지털로 스캔해 누구나 다시 출력할 수 있도록 공개해 왔다.

그의 2021년 조각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는 두꺼비가 테이블로 바뀌는 과정을 여러 형태의 조각으로 나눠 배치한 작품이다. 사진 앞쪽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두꺼비 조각의 몸통은 길어지고 등은 평평한 상판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컴퓨터로 형태 사이의 변화를 계산해 만든 중간 단계의 형태도 각각 하나의 조각으로 배치됐다.

올리버 라릭의 "메타모포시스", 2021년. 두꺼비가 테이블로 변하는 단계를 나란히 세웠다. 사진 L'imaginaire, CC0, 위키미디어 공용

인터넷에서 공유하던 사진을 실물로 옮겨 이미지와 관객의 관계를 바꾼 작품도 있다. 에바와 프랑코 마테스의 2016년 설치작 "실링 캣(Ceiling Cat)"은 인터넷에서 널리 복제된 고양이 사진을 입체로 재현한 작품이다. 천장에 낸 사각 구멍으로 박제 고양이의 얼굴이 드러나 있다.

온라인에서 문구를 달고 공유하던 고양이 사진은 전시장에서는 관객을 내려다보는 실물로 바뀐다. 두 작가는 이미지의 생김새와 함께 그 이미지가 놓이는 공간과 관객의 위치도 작품의 재료로 삼았다.

에바와 프랑코 마테스의 "실링 캣", 2016년. 인터넷의 고양이 사진을 박제 고양이와 천장 구멍으로 재현한 설치작. 사진 Katherine Du Tiel, CC0, 위키미디어 공용

FYTA의 두 작가 필 이에로풀로스와 포이보스 두소스는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영상 등 여러 매체로 그리스의 정체성과 민족주의를 다룬다.

이들이 개작한 원작 오페라의 바탕이 된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를 데려오려고 저승으로 내려가 음악으로 저승의 지배자를 설득한다. FYTA는 이 이야기를 가까운 미래의 정치로 옮겼다. 2020년 무대용으로 준비한 각색에서 오르페아스는 남성 연인 에우리와 결혼하려는 총리로 등장했다.

제작진의 설명에서 오르페아스는 의회 정치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다루는 퀴어 정치를 연결하려 한다. 그리스 신들은 이 시도를 무례하다고 저주한다. 퀴어 동료들은 의회 제도와 퀴어 정치를 연결하려는 그의 선택을 개혁주의로 비판하며 그를 버린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주인공이 서로 다른 이유로 양쪽에서 거부당하는 갈등이다. 제작진은 국가의 신화에 담긴 배제와 모순을 드러내려 했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총리라는 설정은 이 갈등을 통해 국가를 대표할 인물이 어떤 규범을 따라야 인정받는지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시대의 표현을 섞는 구상은 무대용 각색에 이미 반영돼 있었다. 그리스 국립오페라의 시즌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 공연은 바로크 음악에 1980년대풍 신시사이저를 결합하고 신화의 신들을 퀴어 펑크 패션과 연결한다. 제작진은 배우가 있는 무대 공간에 포스트인터넷의 디지털 영상도 결합하도록 설계했다. 고전의 음악과 인물을 당시의 영상·패션과 함께 보여 주려는 계획이었다.

이 공연은 그리스 국립오페라의 의뢰로 준비됐지만 코로나19 봉쇄로 초연하지 못했다. FYTA는 준비한 무대 작품을 영상으로 옮겼다. 그렇게 만든 "ORFEAS2021"은 2021년 11월 테살로니키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제작진은 영화에서는 무대 공간의 제약이 줄었고, 무대로 구현하면 큰 비용이 드는 전환을 편집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표현을 포함했던 무대용 구상이 영화에서는 촬영한 인물과 편집한 이미지를 결합하는 화면으로 이어졌다.

FYTA가 공개한 영화 이미지에서는 검은 입술과 은빛 가시 장식이 두드러지는 인물의 얼굴이 화면 중앙을 차지한다. 그 얼굴 주변에는 흰 조각상과 기둥, 흰 바탕의 푸른 십자와 금빛 월계수 문양이 금빛으로 주름진 배경 위에 겹쳐 있다. 이 화면 속 흰 조각상들은 서로 다른 크기로 잘려 배치됐고 푸른 사각형 안의 조각 이미지가 인물 뒤를 채운다.

관객은 이 화면에서 콜라주의 구성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FYTA는 십자와 월계수 문양, 고대를 떠올리게 하는 조각을 오늘의 분장과 한 화면에 배치했다. 국가의 신화를 묻는 대본과 함께 보면, 고전의 도상도 크기와 배치를 바꿔 재구성할 수 있는 이미지가 된다.

FYTA는 이 영화에서 인물의 모습에도 포스트인터넷 미술의 이미지 혼합을 활용한다. 영화 속 "논리의 여신"이 등장하는 또 다른 공개 화면에서는 어두운 청록빛 배경에 얼굴만 떠 있다. 여신의 얼굴은 분홍빛과 푸른빛을 띠고 윤곽이 조금씩 어긋난 채 여러 겹으로 겹쳐 있다. 제작진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신의 얼굴을 촬영하고 색과 윤곽을 편집해 만든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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