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AI 해고 제동 건 中 법원의 판결...게이트 밖에서 멈춰 선 청년들

26만위안 배상에도 기계로 향하는 기업...한국 청년 취업도 46개월째 감소세

리지

인공지능5분

중국 저장성의 중심 도시 역할을 하는 항저우시에 있는 한 금융기술 기업 1층에는 사옥 출입을 통제하는 개찰구가 서 있고, 전자 카드를 인식하는 단말기에는 파란색 플라스틱으로 사원 신분을 증명하는 출입증이 놓여 있다. 이 회사 품질 검사 업무를 맡은 저우씨는 매일 아침 이 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카드가 소리를 내며 게이트를 열어줄 때마다 그는 자신이 생산 체계의 구성원임을 확인했다.

이 카드는 2026년 4월 28일 중국 법원인 항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이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회사의 해고 처분을 위법으로 판결하며 노동자에게 돌려주도록 한 사원 출입증이다. 사법부가 기술 혁신의 비용을 노동자 개인에게 미룰 수 없다며 일방적 계약 해지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품질 검사 부서에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도입되면서 일상이 바뀌었다. 기계가 문서 검토와 오류 판독을 사람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자 회사는 저우씨의 직무를 없앴다.

회사는 그에게 급여를 40% 깎는 하위직으로 옮겨가라고 통보했다. 월 2만5,000위안이던 임금을 1만5,000위안으로 낮추라는 요구였다. 저우씨가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노동계약법상 객관적 상황의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출입증을 회수했다.

항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지난 4월 말 회사가 내린 해고 처분이 위법하다고 확정판결했다. 인공지능 도입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노리고 선택한 자발적 경영 판단이며 외부에서 닥친 불가항력적 사정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회사에 26만위안(약 5,000만원)의 배상금을 물리고 저우씨의 복직을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기술 혁신의 전환 비용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5월 노동절을 앞두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낸 대표 사례라며 이 결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판결문은 한 사람의 손에 플라스틱 출입증을 되돌려주었다. 하지만 법원 판결과 달리 중국 경제의 일자리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직원의 승소 뒤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노동시장은 이미 거대한 기술적 변화를 맞았다.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중국 경제를 떠받친 것은 젊은 층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력이었다. 7억 명이 넘는 사람이 매일 아침 출근하며 세계의 공장을 지탱했다. 풍부한 인력과 저임금이 결합한 인구 보너스가 중국 제조업 성장의 바탕이었다.

이 공식에 변화가 생겼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겹치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국 전체 취업자는 2024년 7억 3,439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7억 2,504만 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1년 사이에 경제활동 인구에서 935만 명이 줄었다.

중국 정부는 줄어드는 인구의 공백을 기술로 채우겠다는 국가 전략을 세웠다. 시진핑 지도부는 신질생산력과 인공지능 플러스를 전면에 내걸고 산업 전반에 자동화 설비를 보급했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기계로 막겠다는 계산이었다.

변화의 속도는 수치로 확인된다. 전 세계 로봇 산업 통계를 집계하는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 공장은 2024년 29만 5,0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다. 그해 전 세계 공장에 새로 도입된 산업용 로봇의 54%를 중국 혼자 사들였다.

공장의 로봇 설비로 시작한 자동화는 곧바로 사무실과 운전석으로 번졌다. 고속도로 간선 화물 운송에서는 보조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트럭이 보급되며 화물차 기사 수요가 30% 줄었다.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투입한 드라마 제작사가 제작비를 90% 절감했다.

기업의 손익계산서 앞에서 알고리즘의 경쟁력은 높다. 소프트웨어는 야근 수당을 요구하지 않고 병가를 내지 않으며 노동조합을 결성하지도 않는다. 초기 구축 비용을 넘어서면 추가 운용비는 사실상 들지 않는다.

항저우 법원이 부과한 26만위안의 배상금도 기업의 선택을 바꾸지는 못한다. 이 배상금은 매달 2만5,000위안씩 지급하던 인건비와 견주면 10개월 치 급여에 그치는 액수다. 기업 입장에서는 1회성 배상금을 내고 일자리를 영구히 없애는 편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이다.

문제는 시차다. 인공지능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속도가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자연스럽게 노동력이 줄어들기도 전에 일자리가 먼저 사라졌다.

그 충격은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청년층에 가장 먼저 닿았다. 중국 공식 통계를 집계하는 국가통계국이 지난 18일 발표한 8월 도시 청년 실업률은 18.9%로 올랐다. 통계를 개편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5~29세 실업률도 7.5%에 달했다.

올해 여름 중국에서는 역대 최대인 1,179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취업 시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청년들이 지원해야 할 초급 사무직, 기초 코딩, 데이터 검수, 고객 상담 창구는 이미 인공지능이 차지했다. 기술 도입이 청년의 진입 경로를 막아섰다.

물론 반론도 있다.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경제 전반의 규모를 키우면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긴다는 논리다. 인공지능 모델을 다루는 신규 직업군이 생겨 고용 총량이 유지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현장에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양극단으로 갈린다. 초대형 모델을 설계하는 극소수의 핵심 개발자와 화면 앞에서 저임금을 받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단순 작업 인력이다. 평범한 청년이 중간 단계에 들어가 업무를 익히고 숙련 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졌다.

한국 경제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다.

한국의 생산 현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를 구축했다. 국제로봇연맹 집계에서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밀도는 1,012대로 세계 1위다. 생산인구가 급감한다는 위기감 속에 국내 기업들은 공장과 본사를 가리지 않고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 고용 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영향이 나타난 곳은 청년층이었다. 국가데이터처가 9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915만 1,000명이었다. 1년 전보다 18만 4,000명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제조업 취업자는 3만 8,000명 줄었고 청년층 취업자는 14만 3,000명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 감소세는 46개월 연속 이어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전년 동월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고용률은 28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실업률 역시 5.4%로 8월 기준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구 절벽 때문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미래의 문제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충격은 지금 벌어지는 현실이다. 부족해질 인력을 메우겠다고 도입한 인공지능이 정작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할 청년들의 기회를 막고 있다.

앞으로 이 모순의 향방을 가를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할 16~24세 청년 실업률이 18.9%를 넘어 20% 선에 이르는지다. 둘째는 한국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에서 청년 고용률 44.1%의 28개월 연속 하락세가 멈추는지다.

셋째는 한중 양국의 사법부와 노동위원회가 내놓을 판례의 기준이다. 항저우 법원의 결정처럼 기술 대체를 이유로 한 일방적 해고를 위법으로 판단하는 법적 장치가 실제 고용 현장에서 얼마나 효력을 낼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항저우 기업의 개찰구에 놓인 플라스틱 출입증이다. 사법부의 판결문은 한 사람의 노동자에게 그 카드를 잠시 돌려주었지만 기술이 도입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문은 좁아지고 있다.

그 닫힌 문 밖에는 자기 이름이 적힌 출입증을 받아보지 못한 청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8월 청년 실업률이 18.9%로 현행 집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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