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LS일렉트릭이 미리 팔아둔 외화 4조 3,646억원

지난해 수출의 1.8배...달러는 1,473원에 묶이고, 환율은 두 달 새 166원 하락

리지

엘에스일렉트릭2분

Illustration by Gemini

부산 공장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LS일렉트릭의 2분기 초고압변압기 매출은 1,5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북미에서만 한 분기에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가는 3년 새 10배로 뛰었고, 5월 33만 5,000원까지 오른 뒤 지금은 20만 6,000원이다.

반기보고서 주석을 보면 낯선 숫자가 눈에 띈다. 회사가 선물환으로 매도한 외화가 원화 기준 4조 3,646억원에 달하는데, 지난해 연결 수출액 2조 4,922억원의 1.8배다. 1년 반 넘게 수출할 제품의 환율을 미리 확정해 뒀다는 뜻이다.

그중 달러화가 26억 1,358만 달러다. 회사는 이 달러화를 3조 8,510억원에 매도하기로 계약했으니 환산하면 달러당 1,473원이다. 6월 30일 원달러 환율은 1,549원이었다. 시장 환율보다 76원 낮게 묶어둔 셈이라 반기보고서 자본 항목에는 이 계약의 평가손실 1,586억원이 반영됐다. 지난해 말만 해도 같은 항목은 299억원 이익을 기록했다.

두 달이 흘렀다. 8월 24일 원달러 환율은 1,383원으로 6월 말보다 166원 내렸고, 이제는 묶어둔 1,473원이 시장 환율보다 90원 높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 "자본으로 인식된 손익은 위험회피대상 예상거래가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에 손익계산서에 인식됩니다"라고 명시했다. 제품을 납품할 때 이 평가손익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자본에 손실로 잡혀 있던 1,586억원은 3분기 보고서에서 방향이 바뀌어 있을 공산이 크다.

이런 흐름은 이미 한 차례 나타났다. 2분기 영업이익은 1,78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순이익은 1,158억원으로 1분기보다 오히려 줄었다. 본업 밖에서 파생상품 거래 손실 627억원이 발생한 탓이다. 다만 상반기 환율 관련 이익과 손실을 모두 합치면 순손익은 138억원에 그친다. 환헤지는 제 역할을 다했고, 환율 변수는 이 회사의 손익에서 거의 사라졌다.

엘에스일렉트릭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환율이 뒤집힌 두 달 0 100,000 300,000 2020 2022 2024 2026 14,920 207,00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 원·달러 환율은 1,549원에서 1,383원으로 166원 내렸다.

묶어둔 위험은 환율뿐만이 아니다. 구리와 은 선물도 1억 3,532만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변압기 권선은 구리로 감고, 차단기 접점에는 은을 쓰니 원자재 가격이 손익을 흔드는 폭도 그만큼 줄여둔 셈이다. 최근 지면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금에 이어 은과 구리도 올랐다는 소식이 실렸다.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은 대체로 묶어뒀고, 이제 남은 것은 수주다. 6월 말 수주잔고 6조 9,998억원의 48%가 초고압변압기인데, 이 물량은 2027년 이후 나뉘어 매출로 잡힌다. 시가총액 30조 9,000억원은 그 잔고의 4.4배이고, 상반기 순이익 2,348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해도 66배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주문까지 주가에 미리 반영된 셈이다. 분기마다 새로운 수주 실적이 나오는 자리에서 이 기업가치는 다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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