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세계 첫 원전 도면 속 이름 PIPPA, 전기는 부산물
플루토늄이 우선, 전기는 덤...47년 가동한 원자로 해체에 100년 넘어
1956년 8월 27일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 해안의 콜더홀 발전소가 영국 송전망에 처음 전력을 공급했다. 원자로가 상업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전력망에 공급하기는 세계에서 처음이었다. 하지만 설계 도면에 적힌 본래 이름은 달랐다. 영국 원자력공사가 이 설계에 붙인 개발명은 PIPPA였다. "전력과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가압로"를 줄인 말이었다.
우선순위는 그 이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플루토늄 생산이 콜더홀의 본래 목적이었고, 전기는 뒤따른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부산물이라는 표현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천연 우라늄을 흑연으로 감싸 핵반응을 일으키면 엄청난 열이 뿜어져 나온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이 열은 어차피 밖으로 빼내야 했다. 버려야 할 열로 증기 터빈을 돌려 발전기를 연결하는 일은 거저 얻는 덤이라는 계산이었다. 6만kW짜리 발전기 네 기를 합쳐 총 24만kW였다.
순수 발전 사업으로 보면 처음부터 수지가 맞지 않았다. 정부 자문단부터 원자력 전기가 석탄보다 비쌀 것이라고 사전에 경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1957년에 1965년까지 500만~600만kW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목표였다. 하지만 1960년 백서는 건설 계획을 300만kW로 축소하며 석탄 발전이 25% 더 싸다고 인정했다. 1963년 하원 답변에서는 원전 단가가 두 배 넘게 비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플루토늄 크레디트"라는 회계 방식이 적자 장부를 메웠다. 원자로에서 나온 플루토늄 가치를 산정해 발전 원가에서 차감해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발전소를 운영한 쪽은 그 돈을 실제로 손에 쥔 적이 없다.
콜더홀에 쓰인 마그녹스 노형의 해외 수출은 이탈리아 라티나, 일본 도카이 두 곳에서 멈췄다. 도카이 원전은 1966년부터 1998년까지 가동한 일본 첫 상업용 원전이다. 대신 그 설계는 전혀 다른 경로로 퍼졌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서 공개된 도면을 바탕으로 북한이 영변에 같은 방식의 원자로를 지었다. 전력과 플루토늄을 함께 생산하는 이중적 특성까지 고스란히 베낀 꼴이었다.
그렇다면 콜더홀은 실패한 발전소였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설계 수명 20년으로 지은 원자로가 47년 동안 돌아갔다. 군사적 목적으로 가동을 멈춰 둔 기간이 길어 노심 열화가 늦춰진 점이 도리어 수명을 늘렸다. 2003년 3월 31일 영구 정지될 때까지 콜더홀은 반세기 가까이 전기와 플루토늄을 함께 냈다.
진짜 청구서는 원자로 가동을 멈춘 뒤에 날아왔다. 마그녹스 연료의 피복재는 물에 닿으면 부식되기 쉽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냉각 수조에 오래 둘 수 없어 반드시 재처리해야 했다. 그 재처리 비용이 매년 지속해서 발생했다. 셀라필드의 마그녹스 재처리 공장은 2022년 7월 마지막 연료 다발을 처리하며 58년 만에 가동을 마쳤다. 그동안 재처리한 연료는 5만5,000톤에 달했다. 2005년 시작된 콜더홀 해체 작업은 2027년이 돼서야 원자로 건물만 남겨두는 단계에 들어선다. 방사선 준위가 낮아지기를 기다리며 격리 보관하는 "세이프스토어" 체제로 들어가는 것이다. 셀라필드 부지를 정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1,210억파운드로 추산되고, 완료 목표 시점은 2120년이다. 47년간 가동한 설비를 완전히 치우는 데 100년 넘게 걸린다. 원전을 다시 늘리자는 논의는 지금도 대개 초기 건설비와 공사 기간만을 놓고 벌어진다. 콜더홀 이후 70년 동안 장부 뒤편에서 실제로 불어난 비용은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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