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엠플러스 수주잔고 1,721억→631억...남은 일감은 넉 달 반

계약 2건 733억원 취소...고객 선수금 1,101억원에서 184억원으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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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2분

Illustration by Gemini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이 수시로 뒤바뀌고 있다. 그 여파는 배터리 장비 제조사의 실적표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차전지 조립 장비 업체 엠플러스는 올해 공급계약 2건의 해지를 통보받았다. 지난 3월 말 미국 배터리 제조사 아워넥스트에너지와 맺은 407억원 규모, 5월 초 포드와 SK온의 합작사 블루오벌SK와 맺은 326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회사는 2차례 모두 자사 책임이 아니라고 밝혔고, 이 설명은 사실과 일치한다. 지난 3월 아워넥스트에너지와 맺은 계약에서 받은 선수금 306억원은 돌려줄 의무도 없다. 하지만 2건의 해지액을 합치면 733억원으로, 작년 말 수주잔액 1,721억원의 43%에 이른다. 공식 발표나 공시 자료 어느 곳에도 이 같은 비율은 담기지 않았다.

남은 일감의 실상은 지난 8월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담겨 있다. 남은 수주잔액은 631억원에 그친다. 같은 표에 올해 상반기 매출 830억원이 함께 기록돼 있어, 상반기처럼 월 138억원씩 나가면 남은 일감은 4개월 반 만에 소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 역시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사업 위험으로 "고객사의 프로젝트 일정 조정, 납기 지연 또는 발주 취소"를 꼽았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올해 실적은 양호해 보인다. 1분기 매출 510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0%를 기록하자 회사는 작년 연간 수치인 13.3%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매출 32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으로 꺾였다. 작년 2분기의 596억원, 122억원에서 각각 절반과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탓이다. 상반기 순이익도 영업 외 요인 덕분에 작년 같은 기간 101억원에서 154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6억원에서 142억원으로 줄었지만, 그 격차는 환율과 파생상품 평가에서 발생한 금융수익이 메웠다.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실상은 더 뚜렷하게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에서는 현금 52억원이 순유출된 반면 작년 같은 기간에는 317억원이 들어왔다. 고객사가 장비를 인도받기 전에 미리 지급하던 선수금이 급감한 탓이다. 이 선수금은 2024년 말 1,101억원에서 작년 말 600억원, 올 6월 말 18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엠플러스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두 건의 계약 해지 5,000 15,000 20,000 25,000 2020 2022 2024 2026 11,519 9,280
월봉 종가. 옅은 띠 구간에서 공급계약 2건이 해지됐다. 같은 기간 수주잔액은 1,721억원에서 63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활동에서 생긴 공백은 은행 차입으로 충당했다. 상반기에 사모사채 200억원을 연 5.8%로 새로 발행했고, 단기차입금 292억원을 조달했다. 보유 현금은 640억원에서 804억원으로 늘었지만 차입금 증가에 의존한 결과였다. 2024년 10월에 발행한 전환사채 146억원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전환가가 10,656원인 반면 주가는 9,300원에 그쳐 주식 전환이 어렵고, 사채권자는 오는 10월 11일부터 현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시가총액 1,137억원은 남은 수주잔액 631억원의 1.8배 규모다.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 조립 장비 수주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장비 매출을 반등의 근거로 제시한다. 마침 ESS 배터리는 리튬·인산철에서 나트륨이온으로 주류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고객사 설비투자 계획이 다시 흔들릴 여지도 있다. 수주잔액 631억원이 연말에 다시 1,000억원대로 올라서지 못한다면, 현재 주가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주문을 앞당겨 반영한 착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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