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가온전선 주가 급등, 지분 81% 쥔 모회사 LS전선의 미국 AI 일감 넘겨주기 의존

모회사 지분 81.62%...유통 주식은 18%뿐

리지

가온전선2분

Illustration by Gemini

국내 전선주가 전날 일제히 올랐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전력 장비 구매와 수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여파다. 이 가운데 가온전선은 25%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 20일 미국 자회사 LSCUS를 통해 250메가와트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2,000억원 규모 버스덕트를 공급한다고 밝힌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 버스덕트는 건물 내부에서 서버와 랙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 설비다.

가온전선은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업 방향을 이미 제시했다. 이달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AI 전력 인프라 산업의 핵심 공급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석 달 전 분기보고서의 같은 대목에 자동차 전선 업체를 인수해 내수 시장을 확대했다고 적었던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실적 지표도 이 같은 변신에 발을 맞췄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 6,330억원, 영업이익은 64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온전선의 설명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전날 25% 급등을 그 논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번 행정명령이 정조준한 품목은 변압기, 대형 발전기, 고압 차단기 등이다. 적용 범위 역시 69킬로볼트 이상 송전망에 한정돼 현지 배전망은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가온전선의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건물 안의 배전 설비다. 미국의 전력 기기 공급 부족이 길어진다는 점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행정명령이 직접 겨냥한 수혜 대상은 아니다.

가온전선의 미국 사업 자산은 모회사 LS전선에서 넘겨받은 것이다. 지난해 1월 31일 모회사 LS전선으로부터 미국 법인 LSCUS 지분 82%를 2,042억원에 매입했다. 가온전선은 그 대가로 신주 668만 4,736주를 발행해 넘겼다. 이 주식은 6월 무상증자를 거치며 1,203만주로 늘었다. 전날 종가로 계산한 평가액만 2조 5,449억원에 달한다. 같은 자산을 그룹 내부에서 넘겨받은 지 19개월 만에 가치가 12배로 뛰었다.

가온전선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5월 고점 이후 0 100,000 300,000 2020 2022 2024 2026 9,586 211,50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5월 고점 이후 구간이다. 이 기간 발표된 상반기 영업이익은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늘었다.

이 출자 구조로 LS전선의 지분율은 81.62%까지 높아졌다. 반면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은 18.38%로 전날 종가로 따지면 1조 1,576억원에 불과하다. 6조 2,98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은 이처럼 좁은 유통 물량 위에서 형성된 평가다. 상반기 순이익 425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850억원 규모다. 현재 주가는 그 순이익의 74배에 달하고 순자산 가치로 따져도 13배 수준이다.

결국 211,500원이라는 주가의 향방은 미국의 전력 수요보다 그 이익이 어느 회사 실적으로 잡히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 버스덕트를 만드는 생산 거점은 LS전선의 구미 공장과 올해 말 완공될 멕시코 공장에 있다. 가온전선은 이를 받아 미국 법인을 통해 공급한다. 상반기 가온전선이 LS전선에 판매한 물량은 3,992억원, LS전선에서 매입한 물량은 3,502억원이다. 물량과 가격을 정하는 주도권은 지분 81.62%를 쥔 모회사 쪽에 있다. 그 거래 조건이 한 차례 조정되는 순간 74배 주가를 지탱하던 이익률이 먼저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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