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매출 10분의 1 된 번개표 금호전기, 호남 반도체 기대에 두 달 새 4.6배
금호아시아나 계열 아니며 반도체 사업도 전무...자본 126억원에 시가총액 1,322억원

천장 형광등 유리에 찍힌 번개 표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번개표 상표를 만든 금호전기의 매출은 2014년 4,475억원에서 지난해 443억원으로 급감했다. 11년 만에 10분의 1로 줄었고, 그사이 14년 연속 적자를 냈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 6월 2,325원에서 10,680원으로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1,322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오른 배경은 조명 사업과 관계가 없다. 정부가 호남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밝힌 6월 29일, 금호전기는 금호건설과 나란히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7월 6일에도 금호건설, 금호타이어와 함께 30% 가까이 올랐다. 한국거래소가 8월 13일 시황 변동의 사유를 묻자 금호전기는 이튿날 "중요공시대상 없음"이라고 공시했고, 그사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금호전기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2020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박명구 대표이사가 물러난 뒤로 창업주 일가는 이사회에 없다. 현재 최대주주인 신주홀딩스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2.30%이고,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야 32.60%가 된다. 신주홀딩스가 보유한 142만 2,023주는 박씨 일가가 넘긴 물량 그대로 남아 있다.
주력 사업은 예나 지금이나 조명이다. 금호전기 반기보고서는 사업의 개요를 "당사는 전문 조명제조업체로 일반조명부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매출 품목으로 형광램프와 LED조명, 유도등을 기재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86억원, 영업손실은 9억 8,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손실 9억 500만원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 당기순이익만 19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기타이익 47억원 가운데 사용권자산처분이익과 리스계약해지이익이 37억원(78.7%)에 달한 영향이다. 빌려 쓰던 공간을 정리하며 장부에 잡힌 회계상 이익이지 조명을 팔아 번 돈이 아니다.
지난 6월 저점 이후 시가총액이 1,034억원 늘었지만, 금호전기가 상반기에 판매한 조명 매출은 모두 합쳐 186억원이다. 6월 말 기준 자산 282억원, 부채 155억원으로 남은 자본은 126억원이고, 시가총액 1,322억원은 자기자본의 10배에 달한다. 누적 결손금이 653억원에 이르고, 장부가 66억원인 토지와 건물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담보로 잡혀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안은 국회로 넘어가 있고, 야당은 부지 선정 과정에 정부 압력이 있었는지 따지겠다며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그 다툼이 어디로 흘러가든 구로동 본사와 베트남, 중국의 조명 공장에는 닿지 않는다. 지금 주가에 반영된 것은 조명 매출도 클러스터 수주도 아닌 상호 두 글자뿐이다. 전제가 깨지려면 금호전기가 반도체나 전력 설비에서 나온 매출을 공시해야 하지만, 반기보고서에 적힌 매출 품목은 여전히 형광램프와 LED조명 둘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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