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삼익악기, 반년 순익 436억 주주 대신 골프장·주식행

주주에게 간 배당은 38억...주가는 3년 전 그대로 1,143원

리지

삼익악기2분

1958년 설립된 삼익악기는 충북 음성에 본사를 두고 인도네시아 보고르 공장에서 만든 업라이트피아노와 그랜드피아노, 기타를 미국·중국·유럽 판매법인을 거쳐 수출하는 종합악기 제조사다. 삼익악기가 올 상반기 거둔 순이익은 436억원으로 시가총액 1,035억원의 40%가 넘는 이익을 반년 만에 올렸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17억원(25.3%)에 그쳤고 나머지는 기타수익 463억원에서 나왔는데 그중 302억원이 보유 주식의 평가이익이었다. 올 2월 275억원을 들여 매입한 SK하이닉스 1만 9,250주는 6월 말 510억원으로 반영됐고 삼성전자 3만주에서 51억원이 더 붙었다.

그 주식을 산 돈은 쌓아 둔 현금이 아니었다.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038억원에서 512억원으로 줄었고 차입금은 1,532억원에서 2,064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미국 골프장 법인을 신설하고 일본 지바현 골프장 한 곳을 인수하면서 쓰인 순현금은 657억원이었다.

주력 사업 밖에서 거액을 손에 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스타인웨이 지분 33%를 852억원에 사 모았고 취득단가는 주당 19.8달러였다. 2013년 미국 헤지펀드가 주당 40달러로 공개매수를 제안하자 전량 응해 1,745억원을 회수했다. 당시 시가총액 1,545억원을 웃도는 현금이 일시에 들어왔고 그 돈은 광주 수완지구 집단에너지 회사와 미국 골프장, 칠레 풍력발전으로 투입됐다.

자본은 그렇게 늘어 상반기 말 순자산이 3,292억원에 이르렀지만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현재 1,143원인 주가는 3년 전 1,144원과 다를 바 없고 2019년 5월 고점 2,300원의 절반에 머문다. 자기주식을 뺀 유통주식 7,603만주의 시가는 869억원으로 시장은 순자산의 4분의 1 남짓만 인정한다. 올 상반기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한 돈은 38억원이었다.

삼익악기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436억을 번 반년 1,000 1,500 2,000 2,500 2020 2022 2024 2026 1,910 1,143
월봉 종가. 띠를 두른 반년에 순이익 436억원이 쌓였고 차입금은 1,532억원에서 2,064억원으로 늘었다.

되돌릴 수 없는 처분도 하나 남아 있는데 회사가 쥔 자기주식 1,450만주는 발행주식의 16.02%를 차지한다. 올 3월 6일 시행된 개정 상법은 기존 자기주식을 2027년 9월 6일까지 처분하지 않으면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 "다양한 대안 별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 내다 팔면 최대주주 측 지분 47.05%가 희석되고 소각하면 이 지분율이 56%가 된다.

지금 1,143원에는 이 회사가 번 돈이 주주를 건너뛰고 다음 자산으로 흘러간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 13년치 기록이 그 전제를 뒷받침해 왔고 올 상반기도 마찬가지였다. 자기주식 1,450만주가 내년 9월 6일에 소각되면 그 전제는 처음으로 회사 손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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