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아이스크림미디어, 교과서 재투자 외면...예금 빼서 주식 샀다

상반기 세전이익 446억원 가운데 207억원이 영업 밖에서 나와...시가총액의 73%는 현금과 금융자산

리지

아이스크림미디어2분

Illustration by Gemini

초등학교 교과서를 만드는 아이스크림미디어의 반기보고서에는 보유 자산 명세가 실려 있다. 6월 말 자산 내역에는 SK하이닉스 주식 135억원이 들어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133억원이다. 지난해 말에는 두 종목 주식이 한 주도 없었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 사들였다. 두 종목을 합쳐 167억원에 매입했고 6월 말 평가액은 268억원으로 뛰었다. 반년 만에 평가차익 101억원을 거뒀다. 투자 재원은 예금에서 나왔다. 회사 예금은 지난해 말 954억원에서 6월 말 641억원으로 313억원 줄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전시관을 짓는 시공테크가 2002년 콘텐츠 사업부를 떼어내 세웠다. 초등학교 교사가 주 고객이다. 교사가 수업에 활용하는 교육 자료 플랫폼 아이스크림S를 운영한다. 2022년 검정교과서 시장에 뛰어들어 첫해 채택률 1위를 기록했다. 교사들이 학교 예산으로 교구를 구매하는 아이스크림몰도 함께 운영한다. 상반기 매출 925억원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8.5% 늘었다. 영업이익 239억원은 64.5% 증가했다. 교육 사업 실적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회사는 벌어들인 돈을 교육 사업에 다시 넣지 않는다. 상반기에 설비, 사무실 개량, 제작 중인 콘텐츠 등 자체 사업에 들어간 자금은 56억원이다. 주식, 펀드, 금융상품에 순증액으로 더 넣은 돈은 307억원이다. 자체 사업 투자액의 5배를 넘는다. 아이스크림몰은 초등 교구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이를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성벽, 곧 "교사의 업무 워크플로우에 내재화된 구조적 해자"라고 설명했다. 정작 그 해자를 키우는 데 상반기 동안 투입한 자체 투자금은 56억원뿐이었다.

이유도 이 반기보고서에 나와 있다. 학령인구가 2010년 900만 명에서 2024년 520만 명으로 줄었다는 대목이다. 교과서는 학생 수만큼 팔린다. 주력 플랫폼 아이스크림S는 이미 무료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두고 "무료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판매실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시 유료로 전환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사업과 동남아 진출을 준비한다지만 아직 매출로 잡히는 것은 없다. 기존 사업에 돈을 더 넣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예금에서 증권으로 10,000 15,000 25,000 2024.08 2025.04 2025.12 2026.08 22,500 19,56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에 회사가 새로 사들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보유액은 6월 말 268억원이 됐다.

그 선택이 이번 상반기 성적을 만들었다. 상반기 세전이익 446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은 239억원(53.6%)이고 나머지 207억원(46.4%)은 영업 밖에서 나왔다. 주식과 금융상품으로 거둔 투자이익만 211억원이다. 당기순이익 345억원은 지난해 상반기의 3배에 가깝다. 마침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이번 주 밝혔다. 다만 주식 평가이익은 처분하기 전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다. 상반기에 영업활동으로 회사에 들어온 실제 현금은 104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은 2,606억원이다. 여기서 현금 641억원과 금융자산 1,267억원을 빼고 부채 670억원을 더하면 1,368억원이 된다. 교과서, 교구몰, 연수원 등 교육 사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이 사업 부문이 지난 1년에 낸 영업이익은 712억원이었다. 2년 치 이익에도 못 미치는 평가다. 2년 전 오늘 32,000원에 상장한 주가는 19,560원으로 떨어졌다. 이 주가에는 교과서 사업 이익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회사가 그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다. 계좌로 보내던 돈을 교과서와 아이스크림몰에 다시 넣으면 된다. 상반기에는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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