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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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대 출동 하루 3603건으로 두 배...구해낸 사람은 314명으로 되레 줄어

2024년 구조 건수 88만7119건 중 29만1422건이 벌집 제거...화재 출동의 3배

리지

구조활동 총괄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4년 119 구조대는 하루 평균 3603번 출동했다. 2015년 출동 횟수의 2배에 이른다. 그런데 현장에서 구조한 인원은 하루 314명으로 2015년의 330명을 밑돌았다. 출동 횟수가 2배로 늘어나는 사이 구조 인원은 오히려 줄었다. 소방의 구조 역량이 떨어진 탓일까. 그 까닭은 소방대가 현장으로 나간 목적에 있다.

이 숫자는 소방청이 해마다 내는 구조활동 통계에서 나왔다. 전국 소방관서가 119 구조대를 출동시킨 건수를 사고 유형별로 모은 자료로 2010년치부터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돼 있다.

2024년 한 해 구조 건수는 88만7119건이었다. 이 가운데 벌집 제거 출동이 29만1422건(32.8%)으로 3건 중 1건을 차지했다. 반면 화재 출동 건수는 9만9138건(11.2%)에 그쳤다. 소방대가 화재 현장보다 벌집 앞에 선 횟수가 3배 더 많았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을 확인하러 나간 출동이 9만5103건, 동물 포획이 7만3149건으로 집계됐다. 벌집 제거까지 3개 항목을 합치면 2024년 구조 건수의 절반을 웃돈다. 반면 줄어든 항목도 있다. 물에서 사람을 구한 수난 구조는 2022년 1만1317건에서 2024년 8551건으로 감소했다. 실제 사고 발생은 출동 건수만큼 늘지 않았다.

벌집 제거 출동이 처음부터 이처럼 많지 않았다. 2023년 12만4280건에서 1년 만에 2.3배로 급증했다. 그 배경에는 2024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이 있다. 높은 기온은 말벌의 번식을 돕고 겨울을 나는 여왕벌의 생존율을 끌어올린다. 아열대 서식지에서 건너온 등검은말벌은 폭염 속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무더위만으로 지난 10년의 흐름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2015년 7월 소방기본법에 제16조의3이 신설됐다. 무너질 우려가 있는 고드름과 나무를 치우는 일, 장애물에 끼이거나 고립된 사람을 꺼내는 일과 나란히 "위해동물, 벌 등의 포획 및 퇴치 활동"이 소방의 고유 임무로 들어갔다. 이 조항은 소방대가 이런 활동을 "하게 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맺는다. 소방 현장에 재량의 여지를 두지 않은 문장이다. 이 조항이 들어선 이듬해 구조 출동은 20% 늘었다.

그 결과 지금 구조 통계 한 칸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업무가 섞여 있다. 붕괴 현장에서 사람을 꺼내는 구조와 처마 밑 벌집을 떼는 생활 안전 활동이 한 건수로 함께 잡힌다. 구조 인원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으로 하루 368명이었고, 이후 한 번도 이 수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10년 사이 소방공무원 정원은 1.6배로 늘었다. 인력이 늘고 출동도 늘었는데 구조 인원만 변함없는 이유를 이 통계로 다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항목이 가장 가파르게 늘었는지는 드러난다.

119 구조대는 무엇 때문에 나갔나 (단위=만 건) 2024년 사고 종류별 구조 건수, 상위 아홉 항목 벌집 제거29.1 화재9.9 비화재보 확인9.5 동물 처리7.3 위치 확인6.8 교통사고5.9 승강기2.8 산악1 수난0.9
2024년 구조 건수를 사고 종류별로 갈랐다. 벌집 제거 한 항목이 화재와 교통사고, 승강기 사고를 합친 건수보다 많다.

올여름에도 벌집 제거 출동은 되풀이되고 있다. 소방청은 폭염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오른 7월 28일 폭염119안전대책본부를 세웠다. 폭염 기간에만 운영하는 임시 기구다. 소방청은 평년 기온을 웃도는 이상고온으로 "개체수가 늘어난 벌집 제거 작업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9월 말까지 가동된다.

119 구조 출동 131만 건은 재난 발생 자체가 그만큼 늘어난 결과가 아니다. 이상기온과 법 조문, 달라진 생활 방식이 함께 밀어 올린 숫자다. 정작 위험에서 사람을 구한 실적은 10년 전 수준에 그쳐 있다. 2015년 국회는 소방이 어디까지 맡을지를 법으로 정했다. 하지만 현장에 인력과 시간을 얼마나 더 투입할지는 함께 정하지 않았다. 벌집을 떼는 동안에도 다른 구조 신고는 쉼 없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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