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엘앤에프 주가 오를수록 커진 손실...5만원짜리 신주인수권 431만주

지난해 순손실 5347억 중 2769억이 주가 영향...발행주식 수는 12%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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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2분

Illustration by Gemini

엘앤에프가 지난달 6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매출 8,850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이었다. 그런데 순이익은 529억원으로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1분기는 반대로 영업이익 1,173억원을 내고도 순손실 653억원을 냈다. 2000년 대구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부품을 만들다 2013년 사업을 정리했고 지금은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들어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한다. 두 분기 사이에 주력 제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주가가 달라졌을 뿐이다. 엘앤에프 주가는 지난해 말 95,200원에서 3월 말 143,900원까지 올랐다가 6월 말 111,500원으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오른 1분기에는 순손실이 났다. 주가가 내린 2분기에는 순이익이 났다. 실적이 주가 흐름을 따라 움직인 셈이다.

지난해 9월 9일 발행한 3,000억원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가와 손익을 이어 놓았다. 이런 사채는 통상 주가 상승을 전제로 행사가에 10% 안팎 프리미엄을 붙이지만 엘앤에프는 할증 없이 당시 시세를 그대로 반영해 50,002원으로 정했다.

사정이 있었다. 발행을 준비하던 지난해 6월 골드만삭스가 목표주가를 4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10.7% 떨어져 50,700원까지 밀렸다. 2025년 말 부채비율은 363%다. 사채 조건에는 "발행회사의 기명식 보통주의 시가 하락에 따른 행사가액을 조정한다"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주가가 내리면 행사가를 낮춰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6월까지 신주인수권 431만 7,943주가 행사됐다. 투자자들은 2,120억원 채권을 반납하고 그만큼 주식을 받아 갔는데, 이 주식 가치는 현재 주가 146,700원 기준 6,334억원에 달한다. 발행주식 수는 지난해 초 3,629만 7,174주에서 4,068만 4,662주로 12% 늘었다. 회계는 이 차액을 손실로 반영한다. 지난해 순손실 5,347억원 가운데 파생상품평가손실 1,405억원과 신주인수권행사손실 1,364억원을 합친 2,769억원이 주가 상승에 따른 비용이었다. 전체 손실의 절반(51.8%)을 웃돈다.

엘앤에프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신주인수권 행사기간 0 100,000 200,000 300,000 400,000 2020 2022 2024 2026 40,608 146,70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행사가 50,002원 신주인수권이 행사된 구간이다. 이 구간에 발행주식 수가 12% 늘었다.

본업 실적은 회복세를 탔다.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70% 늘었고 양극재 출하량은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으며, 3분기부터는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 양극재를 공급한다. 다만 상반기 영업이익 1,381억원은 지난해 낮춰 잡았던 재고 자산 평가를 되돌린 1,490억원보다 적다. 양극재 판가가 다시 떨어지면 이 평가이익도 손실로 돌아선다.

지난달 엘앤에프 주가는 73,300원에서 146,700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 삼성SDI의 자금 조달과 북미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소식이 2차전지 종목 전반을 밀어 올렸다. 그사이 아직 행사되지 않은 신주인수권 175만주의 평가액도 함께 불어 3분기 실적에 다시 평가손실로 잡힌다. 시가총액 5조 9,684억원은 양극재 수요가 돌아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전제가 맞더라도 돌아온 이익은 12% 늘어난 주식 수로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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