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해태제과 에이스 3년째 4,800원...상반기 판촉 할인은 419억으로 늘어
상반기 영업이익 38억원 감소...그중 23억원이 늘어난 할인 탓

에이스 한 통 가격은 4,800원이다. 홈런볼은 1,900원, 맛동산은 3,200원에 팔린다. 해태제과식품이 이번 반기보고서에 공시한 소비자가격이다. 2024년 표와 2025년 표에 적힌 숫자가 같고 회사는 "공시대상기간 중 주요 제품의 가격 변동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가 과자 한 봉지에서 손에 쥐는 실질 매출은 그사이 줄어들었다.
해태제과식품은 이 세 과자를 만드는 기업이다.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두고 오예스와 고향만두도 만든다. 에이스와 맛동산을 낸 해태제과는 1945년에 문을 열었고, 지금 회사는 그 사업을 넘겨받아 2001년 7월 세워진 법인이다. 2005년에는 제과업계 경쟁사가 꾸린 인수 컨소시엄인 크라운컨소시엄에 매각됐고 회사는 반기보고서에 인수 주체를 "동종업계의 경쟁사인 크라운컨소시엄"이라고 적었다. 이 회사의 손익계산서에는 총매출액 바로 아래 매출할인 항목이 자리한다.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판촉 행사 비용이다. 회사는 이 돈을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들인 대가로 보지 않고 매출에서 곧바로 차감한다.
이 항목에 2026년 상반기 419억원이 반영됐다. 2025년 상반기 396억원보다 23억원 늘어난 액수다. 제품과 상품을 판매한 총액은 2025년 상반기 3,559억원에서 2026년 상반기 3,533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으니 판매량은 줄었는데 깎아준 할인액은 늘어난 셈이다. 2025년 연간으로 따지면 이 항목에서 빠져나간 돈만 816억원에 달한다. 현재 시가총액 1,631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회사는 나머지 비용을 바짝 조였다. 매출원가는 2025년 상반기 2,093억원에서 2026년 상반기 2,09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판매비와관리비는 896억원에서 883억원으로 줄었고 광고선전비도 42억원에서 39억원으로 아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238억원에서 200억원으로 38억원 줄었다. 늘어난 판촉 할인 23억원이 그 감소액의 60%를 차지한다.
가격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데는 사정이 있다. 해태제과식품은 2023년 이후 비스킷 몇 종의 값을 5~10%씩 내렸고 올해도 일부를 5% 안팎 낮췄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요구하는 동안 제과업체가 정가를 올리기는 어렵다. 7월 소매판매는 6월보다 2.4% 감소했고 저소득층의 식비 부담은 더 커졌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회사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재료 가격이 올랐지만 "장수 브랜드 제품들에 기반한 안정된 시장지위" 덕에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안정된 시장지위를 준다는 말은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할인이 판매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5년 상반기 11.1%에서 2026년 상반기 11.9%로 올랐다.
시장은 이 회사를 이미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주가 5,600원에 시가총액은 1,631억원이다. 이는 자기자본 3,096억원의 절반을 조금 웃돌고 최근 12개월 순이익의 7배 수준이다. 이 주가에는 해태제과식품이 브랜드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이미 반영돼 있다. 그 판단이 바뀌려면 할인 비율이 11% 아래로 내려온 상반기나 하반기가 한 번은 나와야 한다. 그때까지 이 회사의 실적은 매장 진열대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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