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에스텍 금고에 현금 1550억, 밖에 나온 주식 다 사도 1052억

발행주식 22.91%가 21년 묵은 자사주...소각해도 주주 이익은 안 늘어

리지

에스텍2분

Illustration by Gemini

에스텍은 자동차 문 안쪽 판의 동그란 그물망 뒤에 들어가는 스피커를 경남 양산에서 만든다. 상반기 매출 2,323억원의 82.8%가 차량용 스피커에서 나왔고, 6월 말 에스텍 금고에 든 현금은 1,550억원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을 지금 주가로 다 사는 데는 1,052억원이면 된다.

증권사 화면에 뜨는 에스텍 시가총액은 상장주식 1,091만주에 주가 1만 2,510원을 곱한 1,365억원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250만주는 회사가 자기 이름으로 사서 갖고 있는 자기주식이고, 상법은 자기주식에 의결권도 배당받을 권리도 주지 않는다.

취득 시점과 가격은 보고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 2005년 2월 28일부터 3월 21일까지 공개매수로 주당 5,300원에 132억 5,000만원을 들여 250만주를 사들였다. 에스텍은 1999년 LG이노텍에서 직원들이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분사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 보고서에 적힌 취득 목적도 그 시절 표현으로 돼 있다. "종업원 지주회사로서의 경영권 안정화", "적대적 M&A 상황종료"다. 그 뒤 21년 동안 한 주도 팔거나 소각하지 않았다.

에스텍 스스로도 이 250만주는 셈에서 뺀다. 공시 서류에 적힌 상반기 주당순이익 2,439원은 순이익 205억원을 841만주로 나눈 수치이고, 상반기에 지급한 배당금 71억 4,850만원도 841만주에 주당 850원씩이었다. 주주총회에서 세는 의결권도 841만주다. 최대주주는 1949년 일본에서 세워져 일본 증시에 상장된 스피커·헤드셋 제조사 포스타전기로, 포스타전기 지분율은 49.41%로 공시되지만 의결권으로 세면 64.1%다.

개정 상법이 지난 3월 6일 시행되면서 이 250만주에는 처음으로 처분 시한이 생겼다. 2027년 9월 5일까지 소각하거나,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 소각하면 상장주식은 841만주로 줄고 시가총액도 1,052억원이 되지만, 주당순이익도 배당도 의결권도 이미 841만주로 세고 있으니 소각으로 주주 이익이 늘지는 않는다.

에스텍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소각 시한이 붙은 뒤 5,000 10,000 15,000 20,000 2020 2022 2024 2026 9,180 12,51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자기주식에 소각 시한이 생긴 개정 상법 시행 이후다. 6월 말 회사가 쥔 현금 1,550억원은 시가총액보다 많다.

지난해 말 1,207억원이었던 현금은 6월 말 1,550억원으로 늘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270억원에서 179억원으로 줄어 영업 실적은 오히려 나빠졌다. 순이익은 189억원에서 205억원으로 늘었는데, 기타수익에서 기타비용을 뺀 차액이 손실 30억원에서 64억원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 차액의 대부분은 외화환산 계정이다. 지난해 순이익 416억원 가운데 배당으로 지급한 돈은 71억원(17.1%)이다.

이 현금이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제가 지금 주가에 반영돼 있고, 그 전제를 다시 쓰게 할 결정은 2027년 9월 5일 전에 에스텍 이사회에서 나온다. 이사 7명 가운데 3명은 포스타전기에서 온 비상근 이사이고, 그중 2명은 포스타전기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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