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현대약품, 상법 통과 이튿날 자사주 14.9% 맞교환...반년 만에 88억 손실
자본에서 곧장 빠진 법인세 69억...본업 영업이익은 7억에서 35억으로 늘어

현대약품이 1989년 내놓은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는 지금까지 21억 병이 팔렸다. 탈모약 마이녹실도 이 회사가 충남 천안 공장에서 함께 만든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 2월 25일이다. 이사회는 바로 다음 날 자사주 처분을 결의했다. 발행주식의 14.9%인 478만 654주였다.
처분은 이틀 뒤인 2월 27일에 끝났다. 478만 654주가 주당 1만 2,610원씩 모두 602억원에 나갔다. 하지만 현금으로 거둔 것은 기관투자자에게 넘긴 150만 주에 그쳤다. 나머지 328만 654주는 같은 상장 제약사인 신풍제약·대화제약·삼일제약 주식으로 바꿨다. 처분 이유는 "전략적 제휴, 천안공장 증설 및 신약임상자금 확보"라고 반기보고서에 밝혔다.
받아온 주식은 신풍제약 243만 7,310주와 대화제약 71만 5,000주, 삼일제약 14만 1,000주다. 취득가는 433억원이었다. 9월 2일 종가로는 345억원이다. 5월 말 장부 금액과 같은 숫자다. 석 달이 지나도록 88억원의 평가손실이 그대로 비어 있다. 주당 1만 2,610원에 현대약품 주식을 받아간 쪽도 34% 손실을 봤다.
세금 부담도 뒤따랐다. 자사주를 처분해 남긴 이익에는 법인세가 붙는다. 그런데 이 이익은 손익계산서를 거치지 않고 자본으로 곧장 들어간다. 세금도 그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상반기에 그렇게 나간 법인세가 69억원이다. 당기법인세부채는 지난해 말 638만원에서 5월 말 75억 7,000만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9억원이었다. 재정경제부가 8월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2027년 1월 1일부터 처분하는 자사주에 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본업 실적은 오히려 나아졌다. 11월 결산 법인이라 상반기는 5월 말에 끝났다. 매출은 1년 전 915억원에서 1,020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7억원에서 35억원이 됐다. 미에로화이바가 속한 식품 부문만 119억원을 벌었다. 그런데도 상반기 총포괄손익은 56억원 손실을 냈다. 받아온 주식의 평가손실이 본업이 번 이익을 모두 덮어버린 탓이다.
주가는 9월 2일 8,290원으로 2월 고점 1만 5,960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시가총액은 2,653억원이다. 주가는 지난 회계연도 주당순이익 96원의 86배다. 이 배수는 임상 2b를 밟고 있는 제2형 당뇨병 신약 HDNO-1605의 결과에 걸려 있다. 여기에 남의 회사 주식 345억원이 얹혀 있다. 시가총액의 13%에 이르는 규모다. 이 주식이 10% 움직일 때마다 상반기 영업이익과 같은 35억원이 자본에서 오르내린다. 아직 남은 자사주는 108만 3,648주다. 상법이 정한 처리 기한은 2027년 9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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