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모회사는 430억 들여 1.3만에 샀는데...잉글우드랩 주가는 8000원대

상반기 순이익 138억으로 두 배 급증...시가총액은 순자산 밑돌아

리지

잉글우드랩2분

Illustration by Gemini

잉글우드랩은 미국 뉴저지주 토토와에 본사와 생산 시설을 둔 화장품 제조사다. 2004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기초화장품을 아마존과 세포라의 중소 화장품 브랜드(인디 브랜드)에 납품해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일반의약품(OTC) 인증을 받아 자외선 차단제 등 기능성 제품 경쟁력도 갖췄다. 시장은 한국 화장품의 미국 현지 생산 기지라는 입지에 주목했다.

모회사 코스메카코리아의 행보도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올해 3월 430억원을 들여 잉글우드랩 지분 16.7%를 사들였다. 잉글우드랩은 사업보고서에서 "시장 내 유망 인디 브랜드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맞춤형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대주주가 주당 1만 3,000원에 지배력을 다진 만큼 주가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북미 시장의 초기 주문이 일단락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이 길어지자 성장 둔화 우려가 확산됐다. 대주주 지분율이 81.1%까지 오르면서 시장 유통 물량은 18.9%로 줄었다. 거래량이 급감하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주가는 2024년 6월 2만 8,300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8,340원으로 떨어져 8,000원대에서 맴돈다. 고점 대비 71% 하락했고 코스메카코리아의 공개매수가보다도 36% 낮다.

하지만 반기보고서의 실적은 시장의 우려와 다르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003억원)보다 1.4% 늘었다.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47억원) 수준을 지키며 1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외화환산이익 260만 달러 등이 반영된 순이익은 13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62억원)의 2.2배에 달했다.

재무제표 주석을 보아도 숨겨진 부실은 없다.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1.2%에 그친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잠재 매물은 단 한 주도 없다. 영업권은 1억 7,000만원에 불과해 손상차손 위험도 벗어났다. 현금과 예탁금 등 592억원은 총차입금(164억원)을 428억원 웃돈다.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은 1,3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78%에 이른다.

잉글우드랩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0 20,000 30,000 2020 2022 2024 2026 5,610 8,31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코스메카코리아가 주당 1만 3,000원에 지분 16.7%를 공개매수한 구간이다.

시가총액 1,657억원은 최근 12개월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6.7배다. 자본(1,809억원)과 견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2배로 자산 가치조차 밑돈다. 화장품 업종의 순환매가 쉬어가는 사이 시장은 유통 물량 부족에만 쏠렸다. 미국 공장의 가동 역량과 14%의 영업이익률, 400억원이 넘는 순현금의 안정성은 계산에서 빠졌다.

모회사가 실사를 거쳐 주당 1만 3,000원에 사들인 기업이다. 기업가치가 반년 만에 36% 훼손될 이유는 재무제표 어디에도 없다. 미국 현지 생산 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다. 재고 조정을 마친 인디 브랜드의 3분기 수주가 확인되는 날, 수급에 가려졌던 숫자는 제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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