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과징금 491억에 묶인 해성산업...빌딩 가치만 7564억
한국제지 담합 제재로 1분기 순손실...해성디에스 지분 3381억, 빌딩 가치 7564억
서울 태평로와 강남에서 오피스빌딩을 임대하는 해성산업은 복사용지 "밀크"의 한국제지와 전동공구의 계양전기를 거느린 지주회사다. 차량용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해성디에스까지 품은 해성산업의 현주소는 기이하다. 자본이 1조 2,889억원에 달하는데도 시가총액은 1,892억원에 그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5배로 해성산업은 순자산의 15%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성산업은 부동산 임대와 시설 관리를 목적으로 1954년 설립된 법인이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1962년 서울 태평로에 업무용 건물인 해남빌딩을 준공하며 임대업을 시작했고, 해성산업은 2020년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실적 악화의 진원지는 주력 자회사 한국제지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제지를 포함한 6개 제지사가 3년 10개월간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제지에 부과된 과징금만 자기자본의 12.1%인 490억 5,700만원에 달했다. 이를 1분기 기타충당부채로 반영하면서 한국제지는 18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3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고등법원에 낸 과징금 집행정지 신청이 지난 17일 기각된 데 이어, 한국제지는 9월 들어 농민신문사 입찰 담합으로 또 3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다시 고발됐다.
제지 부문의 부진에도 해성산업이 보유한 다른 자산은 탄탄했다. 차량용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자회사 해성디에스는 상반기에만 3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시가총액 1조원 가운데 해성산업이 쥔 지분 34%의 시장 가치만 3,38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해성산업이 직접 보유한 서울 태평로 해남빌딩과 송남빌딩 등 4개 오피스빌딩의 현재 시세를 반영한 공정가치는 7,564억원으로 취득원가 2,134억원을 5,430억원 웃돈다.
시장은 반도체도 빌딩도 계산에서 제외했다. 해성산업의 시가총액 1,892억원은 한국제지에 부과된 과징금의 3.8배에 불과하다. 해성산업 시가총액은 자회사 해성디에스 지분 가치의 56%에 지나지 않고, 서울 빌딩 공정가치와 견줘도 25%에 그치는 평가다. 제지 담합에 따른 사법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부담에 대한 우려가 다른 자산의 가치를 덮었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지분 56.7%를 쥐고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지배구조도 저평가를 심화시켰다.
5,990원이라는 주가에는 한국제지의 소송과 적자가 해성산업의 자산을 계속 갉아먹을 것이라는 비관이 깔려 있다. 하지만 491억원의 과징금은 1분기에 이미 비용 처리를 마쳤고, 2분기 연결 순이익은 145억원을 기록하며 곧바로 흑자로 돌아섰다. 사법 리스크가 법원에서 가려지거나 제지 부문 손실이 멈출 때 자본 1조 2,889억원을 85% 할인한 시장의 전제는 시험대에 오른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



















